단풍
갈바람 불면
나무는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한다
여름내 해의 빛을 받아
삶의 영양분을 만들어내느라
지칠 대로 지친 잎새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휴식의 이부자리를 마련한다
사람들은 이를 예쁘다 곱다 노래하지만
실은 그게 잎새의 본디 모양이고 빛이다
삶을 위해 기 쓰고 용쓰느라 푸르게 해진
화장기 가득한 잎새의 꼴은
잠들기 전 화장기 재우는 사람들마냥
본디 빛으로 돌아가 제 민얼굴을 내놓을 뿐이다
그저 모르는 우리만
잎새의 수줍음을 “예쁘다, 곱다”라 포장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