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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23:09

동경대전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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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전』(東經大全)


『동경대전』이란 19세기 말 한반도에서 태동한 새로운 종교운동인 동학의 경전이다. 이 책은 순 한글 가사체로 기록된 『용담유사』와는 달리 한자로만 기록되었다. 이 두 서적 모두 동학을 일으킨 교조 최제우(1824~1864)가 친히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디 이 책은 통괄된 주제로 쓰인 것은 아니다. 1840년 봄에 종교체험을 한 최제우가 이후 지속적인 수련과 포교 활동을 하는 중간에 각기 단편적으로 기록된 것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단편들이 뒤에 동학의 두 번째 지도자 최시형(1827-1898)에 의해 하나의 책으로 묶여졌고, 아마도 그때 동학의 모든 경전들을 하나로 편찬한다는 의미로 『동경대전』이란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동경대전』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1880년 강원도 인제 남면 갑둔리에서 이다. 당시 최제우가 처형된 이후 여러 해 동안 교단의 조직을 추스르고 있던 최시형이 암송되던 스승의 가르침과 여기저기 단편으로 흩어져 있던 문장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이고도 통합적인 경전으로 편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경대전』이다.

이후 이 책은 몇 차례 더 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판본들로는 다음 4개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앞서 언급한 1880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펴낸 <경진판>(庚辰版), 그리고 1883년 2월 목천에서 펴낸 <목천판>(木川版), 같은 해 5월 역시 목천에서 펴내긴 했지만 교조의 고향인 경주 교도들의 요청에 의해 이름을 달리해서 펴낸 <경주판>(慶州版), 마지막으로 1888년 3월 강원도 인제에서 다시 펴낸 <무자판>(戊子版)이 있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판본은 소실되어 지금 그 남아있지 않다. 주로 많이 쓰이는 판본은 1883년 5월에 펴낸 <경주판>이긴 하나, 1978년 <무자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두 판본 모두 활용되고 있는 편이다. <경진판>과 <무자판>은 통나무에 직접 글자를 새겨 넣은 목판본들이고, <목천판>과 <경주판>은 목활자본이다.

책은 각기 독립된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포덕문>, <논학문>, <수덕문>, <불연기연> 등이 주를 이루고, 그 뒤에 여러 짧은 글들(<탄도유심급>, <필법>, <축문>, <입춘시>, <절구>, <강시>, <좌잠>, <화결시>, <결>, <우음>, <제서>, <영소>, <유고음>, <주문>, <팔절>, <통문>, <통유>)이 첨부되어 있다. 이들 중 중요한 장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포덕문>에서는 동학 포교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최제우는 그의 시대를 위기의 시절이라 진단하며, 그 이유로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各自爲心)을 꼽는다. 따라서 ‘동학의 큰 가르침’(無極大道)은 이기적인 사람의 마음을 돌이켜 다시 하늘의 뜻을 따르도록 하는 것임을 <포덕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논학문>은 <동학론>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름만큼이나 동학의 핵심 내용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최제우는 이 글에서 주로 그리스도교(西學)과 동학의 차이를 분명하게 하며, 아울러 동학 교리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논학문>에는 1860년 최제우의 종교체험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동경대전』 중에서도 여러 모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수덕문>은 동학의 수양론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최제우는 동학도 넓게 본다면 유교 전통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임을 주장한다. 다만 수양의 방법에서 ‘수심정기’를 강조한다는 차이만 있다. 수심정기는 이전 유교전통이 ‘독서공부법’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심신의 수련과 종교적 경험 수련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불연기연>에서 최제우는 사물을 인식하는 두 가지 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법칙과 구조를 말할 때는 ‘기연’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인과율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세계이다. 하지만 우주는 그러한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칙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오히려 사물의 본질과 근원에 대한 문제는 설명하기가 어렵고 이해하기 곤란하다. 바로 ‘불연’의 세계이다. 따라서 단지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의 법칙만으로 사물을 분석, 재단,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런 현상의 감옥에만 갇혀있어서는 안되며 본질에 기초한 불연적 세계의 탐구를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임을 최제우는 이 글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읽을 만한 우리말 풀이로는 윤석산의 『동경대전』(동학사, 1996)이 있고, 동학사상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동경대전에 대한 세세한 해제로는 김용옥의 『도올심득 동경대전』(통나무, 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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