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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탄생(The Origin of Satan): 일레인 페이절스 저/권영주 역 | 루비박스 |  2006년 08월  


재미있는 책 하나 소개합니다.  현 프린스턴 대학의 종교학 교수이기도 한 일레인 페이절스라는 여성 학자가 쓴 글입니다. 이분은 고대 서구종교사상을 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초기 그리스도교도 그분의 주 전공 중의 하나이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그분의 주 전공 하에서 사탄이라고 하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추적하고 있는 연구서입니다.

물론 학술연구서이기 때문에 무작정 재미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화려하고 웅장한 사탄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철저한 분과학문적 훈련 속에서 페이절스 박사는 사탄이라는 개념이 어떤 역사적 배경과 환경 속에서 자라났고, 또 자리를 잡았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는 것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예의 전공을 살려 페이절스 박사는 초대 그리스도교 문헌이랄 수 있는 복음서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사탄이라는 개념이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가를 살피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보자면, 사탄이라는 존재는 실체성을 가진 실재로 인식되었다기 보다는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받게 되는 다양한 위협과 핍박, 그리고 협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조작개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즉 로마의 통치 하에 쉼없는 곤란을 느껴야 했던 유대 그리스도교인들은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적들을 악마, 사탄으로 지칭하기 시작합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적을 대상화시켜 공동체의 응집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이겠지요. 그렇게해서 그들은 사탄이라는 개념을 "타자에 대한 인식"의 한 방법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에서 새로움을 거부하고 모임의 균열을 일으키려하는 유대계 적들에게, 후에 로마의 핍박이 심해졌을 때는 자신들을 고통속으로 몰고가는 이들을 악마와 사탄에게 영혼을 빼앗긴 자들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이후에는 공동체 내의 합의된 교설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사탄과 동일시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결국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의 정체성과 교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할 때 어쩔 수 없이 파생하는 타인, 혹은 적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상 인식이 곧 사탄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저자는 차분한 어투로 사탄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에 대하여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빈치코드같은 긴박감과 흥미로움을 책 전반에 걸쳐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기에 크게 쳐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학술서입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인내와 긴호흡은 필수요건이랄 수 있겠죠. 여하튼 최근 미국에서 잘나가는 작가의 글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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