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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방 할아버지의 성탄절

시나리오 이 길용

성탄 전날 밤.
구둣방의 작업실. 작은 책상과 촛불, 그리고 의자가 놓여있다. 책상 한 쪽에는 물주전자와 컵이 놓여있다.

(모든 조명은 꺼져있다. 잠시 여운이 흐른 후 테마음악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연주곡-[성탄의 아침] 악보1, 2, 3)


목소리 : 오늘 이야기는 몇 해 전 우리 동네에서 생긴 일이랍니다. 우리 동네는 아주 작아서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요. 잠깐! 그렇다고 너무 작다고 우리 동네를 얕보지 마세요! 비록 동네는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답니다. 아침마다 보드라운 빵으로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맘씨 좋은 베이커 아저씨의 근사한 빵집도 있고, 냄새만 맡아도 입에 군침이 사악 돌게 만드는 맛있는 요리감도 우리 동네 고깃집에는 그득히 쌓여있지요.... 그리고 친구들이 함께 나가 글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는 학교도 있고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교회당도 있지요... 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아주 멋진 신발을 만들고 수리해주는 구둣방도 있어요... 오늘은 바로 그 구둣방에서 일어난 일을 여러분께 들려주려고 해요.... 아주 오랜 전부터 마을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신발을 만들어주던 구둣방에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성탄절 이 할아버지에게 아주 멋진 일이 생겼다고 하네요! 자, 그럼 무슨 일이 있었나 한번 지켜볼까요?

(무대 위에는 흐릿해져 가는 촛불과 그 옆에서 책상에 깊게 파묻혀 구둣방 할아버지가 졸고 있다. 할아버지 머리맡에는 아주 예쁘게 생긴 아기 신발이 놓여있다.)
손자 1 : 아, 목말라! 저녁에 먹은 피자가 너무 짠가? 왜 이리 목이 타지...
(이 때 의자에서 자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잠시 놀란다.)
손자 1 : 어~ 할아버지가 아직 안주무시고 일을 하셨나?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운다.)
할아버지 : 음, 누구냐? 오라 너로구나. 그런데 아직 안자고 뭐하고 있니?
손자 1 : 그러는 할아버지는요? 왜 이런데서 주무시고 계셔요?
할아버지 : 허 참, 내가 깜박 졸았나 보구나....
손자 1 : 무얼 만들고 계셨나봐요?
할아버지 : 응~
손자 1 : 뭔데요? (할아버지 앞의 작은 신발을 가리키면서) 아~ 이 신발을 만드셨구나! 와! 너무 예쁘다....(신발의 크기를 재어보고 약간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근데..
할아버지 : 근데 라니?
손자 1 : 이 신발이요. 너무 작아요? 누구 주려고 만드신 거예요? (신발을 요리 조리 구석구석 살펴본다. 그러다 자기 발에 크기를 대어 보며) 내 발에도 너무 작은데... 이건 아기들이나 신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 : 그래 그건 아기를 위해 만든 신발이지...
손자 1 : 아기요? 우리 집엔 아기가 없잖아요?
할아버지 : 녀석, 내일이 성탄절이잖아?
손자 1 : 그래서요?
할아버지 : 성탄절은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신 날이잖아? 그래서 우리를 위해 오신 그 아기 예수를 위해서 이 할배가 열심히 만들었단다...

손자 1 : 그렇지만...
할아버지 : 그렇지만... 또 뭐..
손자 1 : 아기 예수는 아주 오래 전에 우리에게 오셨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더 이상 아기가 아니고요...
할아버지 : 그렇긴 하지... 그래도 왠지 이 할아버지는 해마다 성탄절에는 아기 예수께서 오실 것만 같아서 말이지... 이렇게 해마다 아주 작고 예쁜 신발을 만들어 처음 만나는 아기에게 선물을 하지... 마치 그 아기가 우리를 위해 오신 아기 예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자, 그건 그렇고... 너도 이제 그만 자거라.. 할아버지는 이 신발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잘 테니...
손자 1 : 예, 할아버지... 물만 마시고 금방 들어갈 거예요...

(손자1이 물을 마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기지개를 한번 펴고 계속해서 신발의 마무리 작업을 한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할아버지는 다시 하품을 하고 졸기 시작한다. 거의 잠에 빠져들기 일보 직전에 별안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예수님 :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 (짐짓 놀라며) 누..누구요? 누가 날 부르는 거요?
예수님 : (토속적인 사투리를 써도 무방하다) 내요 내..
할아버지 : 내라니?
예수님 : 허허, 내라니까! 할아범이 해마다 기다리는 아기 예수 말이요..
할아버지 : 에이, 어떻게 아기 예수 목소리가 이렇게 어른 소리가 난단 말이요... 장난치지 말고 어여 모습을 드러내시오...
예수님 : 참, 할아범도 사람 말을 그렇게 못 믿다니... 사람은 태어나면 성장하기 마련... 영감님은 아직도 내가 아기로만 있기를 바란단 말이요?
할아버지 : 그렇담, 정말 아기 예수... 당신이 바로 그분이란 말이요?
예수님 : 그래요... 아주 오래 전 나사렛 동네에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내요...
할아버지 : (혼잣말을 하듯이) 그런데... 그 예수님이 왜 나를 찾아왔을까?
예수님 : 그렇게도 그게 궁금하오... 그건 바로 좋은 소식 하나를 영감님께 알려 드리려고 왔지요...
할아버지 : 좋은 소식을?
예수님 : 그래요.. 좋은 소식... 다른 게 아니라... 내일은 내가 이 땅에 온 성탄절이 아니요?
할아버지 : 그렇지요..
예수님 : 제가 오래 전 하늘나라로 간 후로는 해마다 성탄절에는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 간다오. 그리고 올해는 바로 영감님 차례라오...

할아버지 : 뭐라구요? 저를 찾아오신다구요... (잠깐 생각하다가) 근데, 저는 그렇게 착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닌데...
예수님 : 허허... 그런 것은 할아버지가 판단할 것이 아니고 내가 하는 거예요... 여하튼 내일 성탄절에 할아버지를 찾아갈 터이니... 너무 야박하게 굴지는 마시오... 자, 그럼 내일 봅시다.
할아버지 : 잠, 잠깐만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허 참, 이상하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예수님이 내일 나를 찾아 오신다니.... 이게 원 무슨 영문인지...

성탄절 아침
(다시 조명이 꺼지고. 잠시 후 다시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여전히 할아버지는 책상에 누워 자고 있다. 잠시 후 어린이들이 할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와 노래를 부른다. #노래-
[즐거운 성탄 ] 악보)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이들은 노래를 다 부른 후 무대에서 퇴장하고 손자1과 2만 남는다.)

손자 1 : 아니, 할아버지 어제 계속 여기서 주무셨어요?
할아버지 : 그런가 보구나...
손자 2 : 에이, 할아버지. 오늘은 성탄절인데... 늦잠을 주무시고... 무슨 일이세요...
할아버지 : 아이구, 벌써 해가 솟았나? (기지개를 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아참~ 오늘 성탄절이지!
손자 1 : 그럼요.. 할아버지... 벌써 친구들이 성탄 노래를 하고 갔잖아요. 오늘은 아기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오신 바로 성탄절, 그 날이에요....
할아버지 : 그래, 성탄절.. (서두르면서) 자, 얘들아... 빨리 청소하자. 그리고 첫째야! (손자1을 지칭함. 연기를 맡은 어린이의 이름을 불러도 무방함) 부엌에 가서 손님들 올 때 쓰는 커피 주전자 좀 가지고 오렴!
손자 1 : 예! (잠깐 멈칫하고) 그런데 할아버지! 오늘 누가 오세요?
손자 2 : (맞장구 치며 소리를 좀 높여서) 그래요, 할아버지! 그 커피 주전자는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올 때만 꺼내셨잖아요? 아마 오늘 아주 멋진 손님이 오시나 보죠?
할아버지 : 그래, 아주 멋진 손님이지.... (야릇한 미소를 관중들이 감지할 정도로 보여준다.)


청소부 자우버씨
(주제음악이 흐르며 열심히 집안 청소하는 장면이 지속된다. 손자들은 커피 주전자를 탁자 위에 놓고 할아버지는 열심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 때 손자들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 옆에 서서 함께 창 밖을 바라본다. #연주곡-
[예수님의 얼굴])

손자2 : 에이, 난 또 누가 온다고? 아무도 없잖아!
할아버지 : (묵묵부답) ......
손자1: (손을 눈에 대고 멀리 보는 모양새를 한 뒤) 어! 저기 누가 온다!
손자2 : 어디, 어디! 누가 오는데?! (두 손자들은 서로 먼저 보겠다고 발을 동동 구른다.)
손자1 : 근데... 저 아저씨는 자우버 아저씨잖아? 매일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손자2 : 어디.... 정말! 자우버 아저씨네? 근데 저 아저씨 성탄절인데도 일을 하시네... 더군다나 날씨도 꽤 추운데....
할아버지 :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윽고 입을 연다.) 얘들아, 빨리 나가서 자우버 아저씨를 모시고 오너라... 날씨가 무척 추운데 따뜻한 커피라도 대접하자꾸나....
손자2 : 그럼 할아버지... 오신다는 손님이 바로 자우버 아저씨예요?
할아버지 :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니, 오실 손님은 따로 있단다. 그저 자우버 아저씨에겐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고 싶어서... 너희도 알다시피 지금 밖은 무척 춥지 않니?
손자1,2 : 예... (두 손자들 한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자우버 아저씨이~
(소리를 지르며 두 손자들은 밖으로 뛰어나가고 잠시 후 약간 머쓱해 하는 자우버씨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온다.)
할아버지 : 어서 오세요.. 자우버씨... 오늘이 성탄절인데도 일을 하시는군요...
자우버 : 아, 예~ 사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다른 쉬는 날 같지가 않아서...
할아버지 : 네~ 예? 무슨 말씀이세요? 다른 쉬는 날 같지가 않다니?
자우버 : 예, 오늘은 성탄절이잖아요? 아기 예수께서 못난 우리 인간들을 위해 우리에게 오신 날이요... (약간 뜸을 들인 후) 왠지, 성탄절에 거리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아기 예수께서 오실 것 같지가 않아서요... 그래서 다른 쉬는 날은 다 집에서 있는데... 성탄절만큼은 일한답니다.
할아버지 :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날씨도 제법 쌀쌀한데... 여허튼 수고가 많으시네요...
(이 때 손자들은 커다란 잔에 커피를 담아 자우버 씨에게 권한다.)
손자1 : 아저씨 추우실 텐데... 커피로 몸 좀 녹이세요...
자우버 : (커피잔을 받으며) 고맙다... 얘들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할아버지를 향하여...) 그나저나 영감님... 이거 매번 신세를 져서....
할아버지 : 아니 무슨 말씀을 정다운 이웃들끼리... 당연하지요...
자우버 :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길거리를 쓸고 있는 저를 보고도 잘해야 안녕하냐는 인사 정도뿐인데... 영감님은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꼭 불러주셔서 이렇게 커피도 주시고 말벗도 되어 주시고... (고개를 깊이 숙이며) 정말 고맙습니다. 아마 아기 예수도 영감님 같은 분을 만나면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할아버지 : (손을 가로지르며) 아니, 무슨 말씀을! 제가 무슨 일을 했다고...
자우버 : (커피를 다 마신 후 커피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자알 쉬다 갑니다.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들아 좋은 성탄절 되거라...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며) 그럼 영감님... 안녕히 계셔요... 저는 다시 아기 예수 오실 길을 청소하러 갑니다.
할아버지 : 그래요 자우버씨. 언제든지 피곤하시면 들러주세요... 커피는 많이 준비했으니까...
손자1,2 : 아저씨 안녕~


길 잃은 여인과 아이
(자우버씨가 다시 문밖으로 나가고 배경음악으로 주제음악이 흐른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이 창 밖을 주시한다. 누군가를 무척 기다리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손자들은 아랑곳없이 식탁에 앉아 놀이하기에 여념이 없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배경음악이 끝날 즈음 할아버지 눈에 무엇을 발견한 표정이 역력하다. 놀란 할아버지.. 허둥대면서 손자들을 부른다.)
할아버지 : (다급한 목소리로) 얘들아!
손자1,2 : 왜 그러셔요. 할아버지? (아이들은 놀이를 멈추고 놀라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할아버지 : 어여, 밖으로 나가 저기 저 아줌마를 집안으로 모시고 오렴!
(이때 관중들이 충분히 의식할 수 있는 거리에서 비틀거리며 아기를 안고 오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아이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를 집안으로 모시고 들어온다. 계속해서 배경음악이 흐른다.)
(집안으로 들어온 여인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노출된다. 조금 과장된 듯한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다. 금방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복장이다. 그녀의 아이는 남루한 홑이불에 쌓여있는데 발에는 신발이 신겨있지 않고 심지어 맨발이다. 아이의 맨발은 추운 날씨로 인해 푸른 빛 마저 띠고 있다.)
할아버지 : 아이고, 이 날씨에 웬 젊은 아줌마가 어린것을 데리고... (손자들을 가리키며) 얘들아 어서 아줌마를 위해 따뜻한 보리차 좀 끓이렴!
손자들 : 예! (서둘러 방을 빠져 나오며 방안의 커피 주전자와는 다른 주전자와 잔을 들고 들어와 할아버지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 : 아,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 동네를 지나시는 길이십니까?
여인네 : (기침을 하며) 안 그래도 길을 잘 몰라 사람들을 만나면 물으려고 했는데... (다시 기침) 오늘이 성탄절이라 그런지 거리에서 사람들을 영 만날 수가 없네요...
할아버지 : 그럼 길을 잃으셨어요?
여인네 :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셈이네요.... (다시 기침을 하며) 저는 저 아랫동네에 사는 사람입니다. 얘기 아빠가 윗동네 대장간에서 일을 하는데... 오늘이 성탄절이라 어제 밀린 일을 마무리한다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듯이 기침을 두어 차례 한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이 때 조금은 겁먹은 표정들의 손자들이 보리차를 따라 할아버지에게 건넨다.)
할아버지 : (여인에게 차를 건네주며) 그래서요?
여인네 : (보리차 잔을 받으며) 어제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웬일인가 생각했는데... 아침에 급하게 전갈이 왔는데...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글쎄 애 아빠가...(다시 기침)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이 동네 어귀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 저런... 그래서 남편에게 가는 길이었군요...
여인네 : 네예~ 그런데 이 쪽 길모퉁이에서 워낙 길들이 좁고 많아서 그만 방향을 잃었지 뭡니까? 그래서 이렇게 헤매고 있었지요... 그런데, 할아버지 윗동네 대장간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하지요?
할아버지 : 예, 아주머니....(동작을 크게 하여 자세하게 길을 가르쳐 준다.) 우리 가게를 나와 오른 쪽 길로 쭈욱 걸어나가면 빵집이 하나 보일 겁니다. 바로 그 빵집 왼쪽으로 난 오르막 길이 윗동네로 가는 입구이지요... 그리고 거기에서 대장간은 그리 멀지 않아요.. (잠시 뜸을 들인 후..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아이의 발을 어루만지며) 근데... 아주머니... 아이가 맨발이네요?
여인네 :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하두 경황이 없어서 아기에게 신발 신기는 것도 잊어버렸네요!
할아버지 : (여인의 이야기를 듣다. 잠시 지체한 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젯밤 정성 들여 만든 신발을 들고 온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아이의 발에 신발을 신긴다. 어느새 손자들이 와서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는 할아버지 옆에 서있다.)
손자2 : 와! 꼭 맞네!
손자1 : 그러게 말이야! 근데 할아버지! (무언가 할아버지에게 말하려는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입을 가리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한다.)
할아버지 : 아주머니... 신발이 아이에게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이거 우리 집에서 다 팔고 남은 것인데... 아주머니 아이에게 성탄절 선물로 드릴께요...
여인네 : (고마워서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차도 주시고....(찻잔을 다시 할아버지에게 건넨다.) 더군다나 예쁜 신발까지 선물하시니....
할아버지 : (잠시 뒤로 돌아서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보자기에 담는다.) 그리고 이거...
여인네 : (보자기를 받아들며) 이게 뭔데요?
할아버지 : 먹을 거예요... 누워 계신 남편에게 갖다주세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남편께서도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이 성탄절이니 제가 아기 예수께 열심히 기도 드릴께요... 그러니 아주머니도 기운내시고요...
여인네 : (다시 깊숙이 인사를 하며) 고맙습니다. 영감님.... 이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정말 고맙습니다. (여인은 연실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리고 문밖을 나서 다시 서둘러 갈 길을 간다.)
손자1 : (여인이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할아버지! 그 신발은!
할아버지 : 됐구나... 얘야~ 그 신발은 그 아줌마 아기에게 정말 필요한 거잖니?
손자1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거지들과의 저녁식사
(다시 아이들은 식탁으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다시 창 밖을 내다본다. 누군가가 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날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손자1,2 : (식탁 위에서 놀고 있다가. 기지개를 한번 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 (뒤돌아 식탁에 앉아있는 손자들을 보며) 왜들 그러니?
손자1,2 : (목소리를 맞추어) 배고파요.... 벌써 저녁이에요...
할아버지 :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나... 그래 할배가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마...
(이 때 다시 주제음악이 흐르고 할아버지는 식탁에 음식을 준비한다. 음식은 미리 준비한 것들을 내어놓는다. 빵과 음료수, 그리고 과일 정도를 준비해 내어놓는다.)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함께 식탁에 앉아있다.)
할아버지 : 자 다들 모였니? 이제 식사기도하고 함께 즐거운 저녁을 나누자꾸나...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날마다 우리에게"를 부른다. 이 때 노래가 끝날 무렵 시끄러운 소리가 문밖으로부터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거지들 :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여름바지는 핫바지~ 겨울바지는 솜바지...
손자1,2 : 할아버지, 거지 아저씨들이 왔나봐요?
할아버지 : (빙긋이 웃으며) 그래 그런가보다.. 빨리 문열어 드려라!
(손자들이 문을 열어주자 3명의 거지가 뛰어 들어온다.)
거지1 : (과장되게) 아이고 영감님~~ 이거 또 신세지러 왔수다. 이거 영 성탄절이라 영업실적이 안 좋아요~
할아버지 : 그렇겠지.... 다들 성탄절이라 집에서 들만 있으니... 자네들 신경 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거지2 : (껄껄거리며) 허허허, 영감님은 정말 족집게야!! 어떻게 그리 우리 사정을 잘 아실 까? 이거 남들은 성탄절이다 뭐다 좋아하는데... 이거 우리들은 영 파이에요! 집집마다 문 꼭꼭 걸어 잠그고 식구들끼리만 성탄절 요리다 뭐다 즐기기만 하니... 이거 갈데 없고... 지낼 때 없는 우리들에게 성탄절은 영 재수 없는 날이란 말이지...
거지3 : (서둘러 거지2의 입을 막으며) 아니, 이 사람이! 성탄절이 재수 없는 날이라니? 아기 예수님이 들으면 노하실라!
할아버지 : (다정하게 웃으며) 여보게들... 너무 그렇게 노여워 마시게나... 그래서 우리들이 자네들을 위해서 이렇게 멋진 식탁을 준비하지 않았는가? 우리 함께 즐거운 성탄절 저녁 식사를 하세... 그리고 성탄절이 재수 없단 말은 다시 하지 마시고... 자, 자, 어서들 오시게...
(배경음악으로 주제음악이 흐른다. 할아버지와 손자들은 부족한 자리를 더 만들고 모두들 즐겁게 식사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거지들은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문밖을 나선다. 이미 날은 저물었다. 아이들도 할아버지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자러 들어간다. 이제 혼자 남은 할아버지...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의자에 힘없이 앉아있다. 배경음악 멈춘다.)


할아버지 : 결국... 결국 꿈이었었나? 예수께서 오신다는 것은 내가 헛들은 것인가?
(할아버지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더 깊숙이 파묻힌다. 이 때 모든 조명은 꺼지고 성가대의 찬양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성탄캐럴-
[주 예수나신 밤] 악보1, 2)


피날레-할아버지와 예수님
(성가대의 찬양이 끝난 후. 조명이 의자에서 자고있는 할아버지를 비추고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

예수님 : (다정스레 부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 (놀라서 깨어난다.) 응~ 누가 나를 불렀나?
예수님 : 그래요... 내요 내...
할아버지 : 아니~ 이 음성은 아기 예수?
예수님 : 그래요~ 아기 예수... 바로 내요...
할아버지 : (약간은 투정 섞인 목소리로) 아니 그런데 오늘 제게 오신다고 해놓고 왜 오시지 않으셨죠?
예수님 : (놀란 목소리로)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오늘 영감님께 안 갔다니?
할아버지 : 하루종일 기다렸는데도 예수님은 얼굴하나 보이지 않았단 말예요! 한번도!
예수님 : 무슨 소리예요... 오늘 저는 한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영감님을 찾아갔었는데 말예요...
할아버지 : 예? 세 번씩이나?
예수님 : 그래요... 세 번씩이나.... 한번은 청소부로... 한번은 아기를 안은 허름한 여인네로... 또 한번은 거지로 말예요...
할아버지 : 예?
예수님 : 영감님, 그 때마다 베풀어주신 영감님의 따뜻한 친절... 정말 고맙습니다. 내 정말 잊지 않을 거예요...
할아버지 : 에~예 ! ?
(할아버지의 외마디와 함께 지금껏 연주곡으로만 들리던 주제곡
"예수님의 얼굴" (악보1, 2)이 합창으로 흐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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