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2019.06.29 16:18

어머니와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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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1972.jpg

 

어머니와 배추

 

 

어머니는 끝내 배추 한 포기를 사오셨다


그리 집에서 쉼을 가지라 일렀건만
아픈 몸을 구슬려
뒷편 재래 시장 몇번의 흥정 끝에
자식과 그 자식의 새끼에게
먹일 배추를 손에 넣으셨다

 

못난 자식은 그저 쉬라 재촉하지만
끝내 어머니의 무리를 말리지 못한 연은
매번 어머니는 '마지막'을 안고 사시기 때문이다

 

"이게 끝으로 자식에게 담궈주는 김치이겠지"
"이게 마지막으로 자식의 새끼에게 남기는 반찬일거야"

 

이 소리를 연신 되내이며 힘을 내는 뒷모습에
못난 자식은 짠한 마음을
안으로 삼킬 뿐이다.

 

제대로 곡기를 접하지 못한지 수개월
몸에 남은 힘도 제대로 없을텐데
또 어머니는 새끼를 위해
용기를 내고 또 힘을 쥐어 짜신다

 

아, 이걸 막는게 나을까, 그냥 두어야 하는 걸까
못난 자식은 또 가슴에 멍이 들며
어머니의 고집을 아프게 받아든다

 

어차피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 생겨났지만
정해진 작별의 시간을 옆에서 헤아리며 사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어머니도 아실 것이다.
매일 내가 왜 충분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를
그리고 나도 잘 알고 있다.

왜 어머니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를

어머니의 작은 신음 소리가 잠든 내 의식을 찔러 깨운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어머니는 자꾸 통증을 안으로 삼키려 애를 쓰다 뒤척이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신다
그리고 그 뒤척임에 아들은 또 예민해지고....
그렇게 우리는 아프게, 아프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다시 힘을 내어 어머니는
마늘을 까고, 파를 다듬어 김치를 담글 것이다
간을 보지 못하는 몸이 된 어머니는 또 염려와 걱정으로
소금을 뿌릴 것이며 고춧가루를 더할 것이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면
어머니의 생명이 담긴 김치가 내 앞에 놓일 것이다

마지막이라 다짐하며 내놓은 한포기 김치 앞에
난 무슨 염치로 젓가락을 들 것인가
그렇게 못난 자식이 고민하던 사이..

 

어머니는 끝내 배추 한 포기를 사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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