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6.02.21 20:57

김민기.. "아빠 얼굴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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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암울함은 한 위대한 예술인을 잃을 뻔하게 했습니다. 70년대 초 한국 대중 음악의 축을 바꿀만한 거장이 등장했지만.. 고작 데뷔 앨범 하나만 남기고 그는 유신 정권의 지독한 핍팍 속에 숨죽여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노래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여기 저기서 전설처럼 으뜸 애창곡이 되어갑니다.

아침이슬, 친구, 내 나라 내겨레, 아하 누가 그렇게, 소금땀 흘리흘리, 길, 어찌 갈거나, 작은 연못, 아르마운 사람, 인형, 꽃 피우는 아이, 그날, 그 사이, 서울로 가는 길, 금관의 예수, 새벽길, 늙은 군인의 노래, 종이연, 가뭄, 강변에서, 기지촌, 고무줄 놀이, 백구, 천릿 길, 상록수... 등등 셀수 없이 많은 그의 알려지지 않은 히트곡들은 7-80년대 젊은 이들의 가슴에 화석처럼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그의 노래에 꺽힌 희망을 추스리며 미래의 기대를 꿈꾸고 있을 때.. 그는 남녘 어느 하늘 아래..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그를 원했으나, 권력은 그를 놓아두지 않았죠. 힘겹게 그는 점점 노래를 잃어버리고, 음악도 잊고 있었습니다.

맑고 청아했던 청년의 고음은 중년의 저음이 되어, 더 이상 기타도 피아노도 잡지 않으며 노래도 뒤로 물리던 그의 모습에 전 멀리서나마 아파하고, 아쉬워하고, 또 그를 닮고 싶어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좀처럼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음악적 재능은 그가 살던 시대의 모습을 그저 덤덤히 그려냈을 뿐인데.. 세상이 그를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있는 것을 있다고 이야기해도 문제가 되던 시절.. 너무도 투명하게 우리의 삶의 모습을 그려댄 그의 음악과 노래들은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는 여엿분 것이 절대 될 수 없었겠죠..

그러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고, 농사일을 박차고 다시 그 안에 식어있던 예술의 혼을 분출시키던 일이 생겼습니다. 1987년 몇번의 연극 연출을 시도하던.. 이 불운의 천재가 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아빠 얼굴 예쁘네요"라는 창작 노래극을 앨범으로 발표했던 것입니다. 그날로 난 그의 제목만큼이나 시커먼 LP판을 사들고 전설이 된 한 예술인의 역사를 만났습니다. 그리곤 한참이나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던진 짧지만 긴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김민기는 천재입니다. 그의 민감한 음악적 감수성은 대중가요와 클래식을 넘나들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얼마되지 않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음악들과 앨범들을 살펴보면,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멜로디 진행과 수수한듯 세련된 화성과 편곡실력 등등.. 단촐한 악기를 가지고서도 많은 숨은 소리들을 연출해 내는 그는 정말 천재입니다. 이 천재가 마음 껏 그의 젊음을 창작 활동에 투신치 못하고, 시류와 세상에 묶여 십수년 이상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크나 큰 불운이며 슬픔입니다.

하지만 천재는 역시 천재.. 그 어두운 시대에 땅을 일구고 살아남은 그는.. 이 한장의 앨범을 통해 그가 얼마나 투명하고 순수한 눈을 지녔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물론 이 앨범 전에도 "공장의 불빛", "개똥이" 등 그가 창작한 노래극은 있었습니다. 다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그것도 제대로 된 미디어를 통해 발표된 것은 "아빠 얼굴 예쁘네요"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연히 그가 우리에게 던져 준 노래를 들려주는 사이트들 발견해서 기쁜 마음에 나누고자 이리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김민기.. 그는 정말 빛나는 우리 시대의 보석이며 예술정신입니다.

그를 지켜내지 못했던 우리가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은 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또한 우리 시대의 축복입니다.

여기 그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그 외 노래극 전체를 듣기 원하시면 아래 사이트로 접속하세요~

http://cast.jinbo.net/musichall/pap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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