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3.04.27 05:17

전인권의 '봉우리'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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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인권씨가 새 앨범을 내놓았다고 듣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그의 새앨범에 실려있는 '봉우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들은 소감은?

솔직히 좀 실망이다..

김민기씨의 글, 곡으로 양희은씨가 불러 널리 알려진 '봉우리'.. 그 가사의 장중한 고백적 무게와 김민기씨의 세련되고 재기넘치는 멜로디.. 그리고 이전만큼 힘은 많이 실리지 못했지만..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소리를 가꾸어가고 있는 전인권씨..

근데 갈기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인권이 형이.. 넘 큰 곡을 잡은 듯 싶다.. 물론 자신이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곡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곡이 함주하고 있는, 뒤로 물러나앉은, 천재의 예민한 감성을 담아내기에 인권이 형의 함량이 넘 안타까왔다..

차라리 그 곡은 그냥 양희은 누님처럼.. 노래 잘하는 가인이 열씸히 부르는 것이 훨씬 좋았을련만.. 우리의 인권이 형은 예의 그 투박한 자신의 수준으로 그 곡을 소화시키려다 체하고 만듯한 느낌이 넘 강하다..

그래도 그렇게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처절한 실패는 아닌 것이 그만 다행이다..

또 한가지

인권이 형이 노래를 했으니.. 그래도 기본적인 수준이 되는 친구들이 세션에 참가했을 터인데.. 편곡과 연주가 모두 지저분했다. 스트링을 많이 사용한 편곡은 음의 명료함을 살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짓눌러버림으로써 인권이 형의 보컬을 그저 그런 밤무대 딴따라로 묻혀버리게 만들었다.. 차라리 들국화 초기시절의 단촐한 피아노와 베이스 정도의 악기 편성이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데 새어 나오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인권이 형은 허성욱이 캐나다에서 선교활동 중 사고사 당한 것이 뼈아픈 충격이 되었던 것 같다.. 인권이 형의 기본적인 포크성 멘탈리티는 감각적인 허성욱의 피아노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데.. 작금 그의 반주를 책임지고 있는 친구들의 역량이 인권이 형을 달래주고 얼르기에는 넘 직업적인 냄새가 강하다..

인권이 형의 '봉우리'를 듣다보니.. 갑자기 김민기씨 본인이 부른 김민기4의 '봉우리'가 생각난다..

침울할 정도로 가라앉아버린 청년 김민기는 단촐한 편곡을 통해 자신의 곡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얼마나 투철하고 수준있는가를 단박에 증명해 버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용되어지는 낮게 깔리는 소박한 스트링은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전인권의 새앨범의 그것과는 질적차이를 분명 견지하고 있다..

플롯과 함께 시작해.. 낮은 스트링.. 그리고 기타의 아르페지오로 비롯되는 김민기의 "봉우리"...

두 형님의 '봉우리'를 들으며..

갈기는 또 가슴깊이 느낀다.. '타고난' 자와 '가꾸인' 자의 차이를..




"봉우리"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죽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 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아래 글은 미디어평가실에 실린 갈기의 짧은 평이다..

* 갈기가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스타일은.. 실력은 조또 없으면서 가우만 힘껏 잡는 또라이들이다. 능력이 안되면 겸손이라도 외투로 걸쳐야 하거늘.. 능력도 없는 것들이 교만만 치장하고 나앉아 지 잘난 맛에 거들먹 거리는 것을 보면 갈기의 몸살이 도지고 만다.. 대개 한국의 문화계와 학계 쪽에 이런 인사들이 드글드글하다.. 내실이 부실한 이들의 천지가 바로 그곳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도 그런 부실의 한 부실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여하간 부실치 않기 위해서 열심히 내실을 기하고 있긴 하다..

전인권.. 사실 난 그의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쥐어짜는 동냥질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의 능력이 그가 원하는 음악을 품어내기에는 모자라도 많이 모자르다.. 그런데도 그는 그렇게 미워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난 그 이유를..
적어도 전인권은 자신의 영역 내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놀' 줄 안다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미덕은 그 이상, 그 이하 더 포장할려고 하지 않는데서 더 빛을 발한다. 촌스러움과 재능없이 그대로 녹아나오는 그의 음악은 그래서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반지하 어두운 방에서 샤우트 창법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며 키타를 연마하고 있을 많은 범인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해준다..

여하튼 그가 새 앨범을 냈다고 한다.. 들어보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갈기는 딴지에 실린 앨범 평 하나를 살짝 퍼온다..


추신) 딴지일보에서는 전인권의 새 앨범에 1등급을 주었다.. 난? B- 그것도 후하게 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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