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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호흡을 고르기 위해서 짧게 몇 마디 쓴다..

지금 온라인 상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내 생각의 절제된 모습보다는 좀 산만한 상태가 목격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새겨들으면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되리라 믿는다... 논문 쓰는 와중 잠깐 짬을 내어 쓰고 있는 것이니.. 넘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그냥 산울림에 대한 갈기의 감상적 총평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고...

산울림..

난 그 이름만 생각해도 현기증이 난다... 사실 난 1977년 그들의 첫 앨범이 나옴과 동시에 내 음악적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내 인샌의 많은 기간을 (거진 7-8년) 그들의 음악 카피에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그들의 코드를 흉내냈고... 김창완의 어설픈 보컬을 따라잡았고... 그들의 멜로디를 내 곡의 주 가락으로 옮겨쓰기도 하였다... 그런 흉내의 결과인지...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산울림 테입을 틀어놓고 있을라치면... 할머니는 연신 방 앞에서 내게 훈계하셨다..

"아가, 너무 노래 크게 부르지 말아라~"

할머니는 산울림의 노래소리를 나의 노래하는 것으로 착각하신 거였다. 그만큼 나의 산울림 따라하기는 병적이었지...

뭐 지금 그런 소감을 적기는 뭐하고... 빨리 빨리 진행시켜서 내가 현 가지고 있는 산울림에 대한 감상적 평가를 내려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산울림의 모습은 프로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이미 면빨이 지적했듯이 그들의 음악은 약간은 (아니 사실은 심각하게) 어설픈 모습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들의 연주도 마찬가지이다. 꽉짜여진 틀 속에서 완벽한 테크닉으로 연주하기 보다는 웬지 아마츄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좀 모자라는 연주를 그들은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때문이다. 코드 진행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특히 산울림 3형제의 연주에는 박의 개념이 희박해 보인다. 김창완의 기타 스트로크도 그렇고 김창훈의 베이스 리듬도 그렇고... 또한 김창익의 드럼 역시 자꾸 엇갈리는 박자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아무리 그 곡들이 70-80년대의 것이라 해도... 박자를 놓지는 듯한 분위기 혹은 실수를 보이고 마는 그들의 앨범은 음악적 완성도를 깊이 따지는 이들에게는 사실 별볼일 없는 것들일 것이다.

함 산울림의 실패작(사실 난 그렇게 보고 있지 않지만)이라고 여겨지는 4집의 6번째 트랙인 "그리움"이라는 김창완의 기타만을 의지한 솔로곡을 들어보시라... 기타를 어느 정도 치는 입장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면 참으로 위태위태 하다... 김창완의 스트로크는 정교한 박의 흐름을 따라가기 보다는 제 멋대로다~ 그저 즐기는 데로 땡기는 데로... 그는 그의 오른 손을 위 아래로 열씸히 흔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요행스럽게도 그 위태 위태한 박의 흐름 속에서도 그의 노래는 무난하게 흐르고 있다. 이 절묘한 신비~

솔직히 기술적인 면, 그리고 연주력이라는 면에서 따져보면 산울림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사랑과 평화"보다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김창완의 보컬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산울림은 센세이션이라 불릴 만큼 여전히 트로트(당시의 톱가수는 최헌, 조경수류 등의 트로트 가수가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박정희 정권 말기 대마초 파동으로 대부분의 실력있던 가수들이 지하로 잠적한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었다. 여하튼 당시 중등이었던 우리들의 18번은 최헌의 ‘구름 나그네’와 같은 곡들이 차지하고 있었다)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던 70년 후반을 강하게 때리며 가요계를 거진 평정한다. 당시 AM 오후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허참이 진행하는 인기가요 순위 방송이 있었다. 당시 내 기억에 10위 권에 산울림의 노래가 거의 4-5곡씩 들어가는 엽기적인 일이 허다했었다. 그의 1집 중 대부분의 곡이 가요순위 10권 안에 들어갔으며.. 락그룹이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무척 제한적인 팬층만 있었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앨범은 시장 확보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 또 길어지고 말았다.. 이거 본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리 늘어지고 있으니.. 참... 이거 글을 경제적으로 쓰는 법을 정말 터득해야 하는데..

여하튼 후딱 결론부터 내리고 다음 글을 기약하련다.. 다음번부터 갈기는 구체적인 앨범평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우선 내가 바라보는 산울림의 정체는 기존의 직업적 음악세계의 한 부류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아마츄어의 총아로서 탄생된 최초의 그룹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음악은 구석구석 성숙하지 않는 풋내기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위장된 모습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달리 해석해보면 집에서 부모몰래 외국 해적판들을 돌려들으며 담배피고, 술마시고... 띵가 띵가 놀던 백수 내지는 딴따라들이... 그동안 축적해 놓은 끼를 누르지 못하고 터트린 셈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체계적인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함으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카피(Copy) 그것뿐이다~ 그래서 그동안 들어왔던 많은 곡들을 머리에 새겨넣으며 하나 하나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소화시켜 보려 한다. 이때 다가오는 가장 큰 슬픔은,

“아...  머리 속에서는 분명히 놀고 있는데... 이거 손이 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즐기는 것은 그냥 즐기면 되는데... 이거 막상 그것을 육화시키려니... 솜씨가 안따라오는 것이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포기한다... 그래 난 그냥 필로로 남지..

그러나 산울림 삼형제는 그리하지 않았다...
까짓것 그냥 즐기는 거구... 우리가 즐기듯이 우리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 거지 뭐~
손가락이 안 따라오면? 씨바 조까라고 해~ 그럼 외국판 사서 들으면 되잖아~ 우린 그냥 우리 식대로 놀면 돼~

그래도 좀 곡의 완성도가 안되면?

그거 그건 사기치면 되지~

어떻게?

꼭 손꾸락이 벼락처럼 빨라야 음악이 되냐? 그냥 분위기로 가면 되는거야~ 뭔가 있는 거처럼~ 잔뜩 후까시 넣고.. 폼 잡으면 다 뽐따구 나게 되어있는 거라니까... 이거 뽐나는 노래면 곡의 완성도는 잠시 사기쳐도 되는 거구... 아니 누가 뭐라고 하면 우린 후까시 전문이라고 하면 돼~

짜잔~

드디어 산울림 태동을 위한 기본 도식이 완성되었다..

그들의 음악은 사기이다~
그들의 음악은 후까시일 뿐이다~
그들의 실력은 뽐따구에 의존한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단지 그것 뿐?

그러나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후까시가 속도를 잠재우고
뽐따구(형식)가 완성도(내용)을 질식시킬 것을...

이제 집에서 놀던 그대로 밖에 나와도 별문제 없고... 그냥 놀던 대로 놀아제껴도 별 문제 없는 세상이 된거다... 그래서 산울림은 소화되지 않는 자신들의 생각을 마구마구 불러제낀다...

“문좀 열어줘~ 내가 있잖아~
아 씨바~ 방긋 웃어봐~ 그냥 즐기면 되는 거라구~“

감이 오는가? 난 그들이 아무리 락의 부흥을 일으켰다고 구라를 쳐대도, 2집에서 보여주는 싸이키텔릭한 음악을 통하여 한국적 프로그레시브 락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앙앙거려도...

내 귀에 그들은 정말 제대로 된 한국적 펑크락의 출발이었고... 진정한 오타쿠 락의 효시인 것이다. 집안에만 갇혀있지 않은.. 오타쿠들의 반란... 난 그 효시로 산울림을 보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산울림의 역사적 메시지는 “오타쿠여 꼴리는 데로 살아라~”에 있다고 난 마구 마구 단언하고 싶어진다... 정말 그런지는 잘 몰라도..

아... 너무 길어졌다... 하구 싶은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
여하튼 새겨듣기를 바란다...

여하튼, 저짜튼 난 산울림의 ‘사기’가 정말 맘에 든다. 그런 사기, 사실 아무나 못한다. 어쩌면 그들의 이 사기를 사람들은 ‘천재성’이라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사기를 욕보이는 일이다. ‘사기’는 ‘사기’일 뿐이다. 단지 그것이 예술세계에 들어와서는 그럴듯하게 잘 포장될 뿐이다. 산울림이야 말로 “우리 사기친다... 그래도 재밌지, 그치?”라고 놀아준 희대의 사기꾼들이다.

그래서 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사기도 사랑한다~

추신) 젠장 글이 길어지니 무슨 말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냥 새겨들어라... 좀더 생각이 정리되면 정갈한 글로 독자들과 만나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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