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2.07.13 06:21

거기에선...- 하덕규의 집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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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하덕규의 노래가 가슴을 쓸어내리는지 모르겠다....

농구로 땀을 흘린 뒤 집에 돌아와 시디를 돌리며 곧바로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눈 때문에 고생해서인지 몸은 그대로 매트리스로 빨려들어갔다. 난 모든 걱정을 뒤로하고 짧지않은 시간의 휴식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 끝이라도 쫓아갈 듯 연신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CD..

한 순간... 내 귀를 연신 때리는 한 노래가 있었고,  난 그 노래에 힘을 얻어 잠의 올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여기 그 노래의 모습을 잠시 소개한다...

  
거기에선

- 하덕규

거기에선 회담장의 테이블 크기와 깃발의 높낮이로 다투고 있었고
비내리는 전선에 우린 아무도, 깊히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우리의 할 일을 했을뿐. 쏘고 또 쏘았을 뿐...

쏘고 또 쏘고 또 쏘고,
화약냄새 쓰라린 우리 눈에 어느새 가득 눈물 고일때
누군가 참호 흙벽에 기대어 나직히, 나직히 말했다.
"우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 우~ 우~ 우~ 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멀리 멀리떠나온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멀리, 이렇게 멀리 떠나온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멀리(멀리) 떠나온 우리....


후반부에 연속되어 흘러나오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가수의 웅변이 포탄처럼 내 가슴에 와 박힌다. 그리고 수년 전 이 노래의 주인공처럼 집으로 돌아갈 것을 꿈꾸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내 외사촌형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클래식 기타를 참으로 잘 연주하던 형... 나이도 두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언제고 친구처럼 지내며 함께 노래하고, 또 함께 기타를 연주했던 형... 기타로 바하를 들려줄 때, 독학으로 배운 내 서툰 기타가 멜로디를 타고가자... 참 신기하게 기타치는 놈이라며 짓궂게 칭찬하던 바로 그 형... 당시 난 부족한 기타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형이 고행 끝에 얻은 여러 팁들을 교묘하게 빼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싫어하는 기색은 커녕...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고 좋아해주던 형.

형은 대학졸업 후 집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입대했다. 허나 6개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형은 한줌 가루가 되어 돌아왔다. 이른 바 '총기 안전사고'...  25세의 나이에 형은 내게 진한 기타의 여운만 남기고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실 난 형의 소식을 너무, 너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같은 또래의 사촌 형제들이어서 어머닌 조카의 죽음을 또 군에 들어가야 할 당신의 자식들에게 알리길 원치 않으셨던 것이다.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군입대 하기 전 외갓집에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는 나의 언어에... 어머닌 눈물을 훔치시며 형에 대한 비밀을 토해 내셨다. 그리고 외숙부와 외숙모가 받아야 했던 아픔과 슬픔... 고통을 가늠하라며... 부디 조신하게 그분들의 마음을 읽어줄 것을 부탁하셨다...

그때 난 울었다... 그리고 행여 형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멀어질까 두려워 몸을 흔들며 형과의 추억을 훑어가기 시작했다. 그후 참으로 오랜만에 외갓집에 들려 비어버린 형의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이 살지는 못했지만... 함께 자라며 정을 나누던 형은 이제 그 자리에 없었다. 그렇게 형은 집을 나설 때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얼마 전 또 우리 젊은이들이 서해에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죽음을 당했다. 어느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채워지지 않는 개인의 주검 앞에서, 어느 누군가는 또 회담장의 테이블 크기와 깃발의 높낮이로 싸우고 있을 것이다. 개인과 개인으로서는 전혀 차이가 없는 한 인간이지만, 정해놓은 자리와 신분때문에 어떤이들은 테이블 위에서 근사한 커피로 잠시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참호 흙벽에 기대 한줌 담배로 하루를 이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벌거벗은 그들의 모습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을... 그들 몸에 흐르는 피의 색깔은 모두 여전히 붉은 빛인 것을...

난 요즘 권력과 힘을 가진 이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목격하며 수시로 절망한다. 최근에 상당한 자리에 지명을 받으신 분은 자녀의 국적문제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계시다고 한다. 뭐 그런 일이 어디 하루 이틀이더냐... 내 조국의 엘리트 층을 형성하는 이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의 현주소는 그만큼 초라하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나날이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 그동안 이들이 '권력'과 동시에 누렸던 '명예'들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난 그점은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난 6월 30일 월드컵의 3,4위전이 끝난 후 한국과 터키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깨를 걸고 손에 손을 잡고 관객들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우정어린 행동 옆으로 같은 날 서해에서 남북의 수병들이 교전을 하고 또 적지 않은 사상자도 냈다는 소식도 흐르고 있었다. 같은 모습을 한 인간들이 서로를 다치게 하고 심지어 상대방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언제일까... 우리가 정말 평화를 만끽하고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날이.  그날 어깨동무를 하고 운동장을 도는 두 나라의 젊은이들처럼... 언제 그날이 올까... 남북의 젊은이가 한 마음으로 조국을 노래할 날이... 기도하리니...


"한반도에 평화있으라..."

https://youtu.be/6q2OqJlXx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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