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2008.02.03 12:09

Once (2006)

조회 수 2786 추천 수 8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Extra Form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큰 감동에 목말라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일을 보던지.. 항시 거대한 수식어와 감동적인 결말을 구석구석에서 기대하는 듯이 보입니다. 운동경기를 보든, 신문기사를 보든, 영화를 보든.. 거칠다고 느낄만큼 거대한 감동의 산맥이 눈 앞에 자리하지 않고는 쉽게 평가의 문을 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영화.. Once는 매우 초라합니다. 감동이나 큰 격정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별한 스토리랄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의 단촐한 모습을 카메라는 수줍게 추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영화 속에 그냥 하나로 함몰된 음악만이 1시간 30분여 흐르는 영화의 길이를 잊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아.. 이 작품을 뭐라 해야 할까요? 뮤지컬일까요? 물론 분명 이 작품은 음악영화이긴 하지만 뮤지컬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뮤지컬이 갖는 뻔한 감동의 구조를 이 작품은 과감히 벗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국 이 영화는 내내 주인공 남녀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습니다. 그냥 그 남자, 그 여자 일뿐.. 모든 것이 익명인 채.. 그저 평범한 이들이 갖고 사는 꿈과 일상의 무게를 3m 밖에서 차분하게 그리고 있을 뿐...

그런데.. 이런 평범한 카메라 워크가 사람의 마음을 극도로 편안하게 합니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열정적 사랑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어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생활 속에 녹여버리는지 영화는 차분하게 읊조립니다. 때로는 무척 밋밋하게.. 때로는 매우 건조하게.. 영화의 카메라는 보통 이의 앵글을 따라가며.. 우리 네 삶의 내음을 필름 안에 담아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소합니다. 장소는 영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압제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아이랜드의 더블린.. 유럽 주변부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노이지 짙은 영화의 톤은 우울한 그림을 연신 품어내고 있습니다. 그 잿빛 도시의 한 가운데에 서서 소리통에 구멍이 난 낡은 기타에 의지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 사내.. 그리고 그의 옆을 스쳐가며 꽃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체코출신의 한 가난한 여인.. 사내는 아버지와 함께 가전제품 수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짬짬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음악인의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 속에 잃어버린 옛 연인을 다시 찾기를 고대합니다. 꽃을 파는 여인은 이미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습니다. 남편은 고향땅 체코에 여전히 머물러 있고.. 자신은 어린 딸과 친정 어머니와 함께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음악.. 언제나 기타와 함께 살며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한 여인..

두 사람은 결국 한 악기 상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꿈과 삶의 끈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뿐.. 그들의 거리는 여전합니다. 서로를 원하지만.. 서로의 생활을 간섭할 수 없는 법.. 남자는 데모테이프를 들고 런던의 음반사를 찾아가고.. 여인은 체코로 부터 온 남편과 함께 낯선 이국 생활을 이어갑니다. 런던으로 가기 전.. 기타를 든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여인은 그의 벗이 준 피아노 위에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선율로 옮겨갑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멀어지고.. 각자의 생활 속에 다시 빠져들고.. 차분하게 영화는 1시간 30분의 수명을 정리합니다. 노래와 함께..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음악인들이 모여 만든 작품입니다. 주인공 남자로 등장하는 글렌 한사드는 현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더 프레임즈의 리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한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시 체코 출신의 음악인입니다. 영화를 감독한 존 카니는 주연을 맡은 글렌 한사드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음악이었죠.. 이들이 모여 한때(once) 그들이 가졌었고, 아님 정말 그렇게 지냈음직한 한토막의 생활을 십여개의 음악으로 담아냅니다. 보통 음악영화나 비디오의 경우 비쥬얼한 것을 많이 강조하는데.. 정말 이 영화는 '볼만한 그림' 하나없이 '볼만한 노래'를 보여줍니다.

그저 노래들이 어떻게 사연을 가지게 되며, 또 어떻게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하는지.. 영화는 다큐같은 모습으로 따라갑니다. 하여 큰 감동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줄만한 큰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저.. 당연히.. 그저 막연히.. 그저 평범히.. 왜 우리가 노래를 끌어안고 살고 있는지.. 영화는 답변없이 보여줄 따름입니다. 따라서 스토리도 긴장도가 떨어집니다. 다만 사이 사이 박혀있는 노래만이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120%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짙은 유화보다 때로는 맑은 수채화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겠죠. once는 바로 그런 수채화 같은.. 정물화같은.. 그런 맑은 영화입니다.

애초.. once는 인디영화입니다.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라고 하는 것이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j6slEoCqDD8


  1. <명량>이 그리고 있는 수백, 수천의 이순신....

    드디어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을 봤습니다. 끝물때문인지 조금 여유있게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지 얼마 되지 않아 몇몇 인사들의 품평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때 누군가가 "명량은 졸작"이라는 레토릭을 던짐으...
    Date2014.08.31 Category영화읽기 Views1608
    Read More
  2. 1번가의 기적

    금요일 오후.. 개강하기 전 모처럼 맞이한 무료함을 달랠겸.. iptv 채널을 고문하다가.. 무료 한국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2007) 그러고보니 언젠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원과 임창정이 주연했던...
    Date2014.02.28 Category영화읽기 Views4415
    Read More
  3. No Image

    D-War를 보다..

    드디어 디워를 보았다. 작년 여름 온 가족이 함께 보려고 하다가.. 마눌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끝내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DVD 출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디워 DVD가 나오고 온가족은 아니지만.. 중딩 큰 아들과 거실에 앉아 극장 스크...
    Date2008.02.29 Category영화읽기 Views2052
    Read More
  4. No Image

    Once (2006)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큰 감동에 목말라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일을 보던지.. 항시 거대한 수식어와 감동적인 결말을 구석구석에서 기대하는 듯이 보입니다. 운동경기를 보든, 신문기사를 보든, 영화를 보든.. 거칠다고 느낄만큼 거대한 감동의 산...
    Date2008.02.03 Category영화읽기 Views2786
    Read More
  5. No Image

    이번엔 비틀즈다!! Across The Universe(2007)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그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음악의 영향력을 몇계단 위로 끌어올린 그들.. 바로 리버풀 항구 도시 뒷골목에서 성장한 그들.. 비틀즈.. 이미 비틀즈의 음악이 라이브 무대에서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
    Date2008.02.01 Category영화읽기 Views2283
    Read More
  6. No Image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2006)

    제목부터 요상하죠? 여기서 나오는 copy는 작곡가의 친필 악보를 필사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작곡자들의 악보는 정신없이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짜르트처럼 한방에 그냥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천재도 분명있겠지만, 대부분은 초...
    Date2007.06.20 Category영화읽기 Views2273
    Read More
  7. No Image

    전도연의 '밀양'을 보고..

    이창동을 믿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아갔었지만.. 종교(?)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데도 종교에 대한 기본적 식견이 상당히 짧은 이창동씨의 정리안된 이야기만 듣고 온듯합니다. 왜 密陽을 'Secret Sunshine'이라 ...
    Date2007.06.06 Category영화읽기 Views2554
    Read More
  8. No Image

    봉감독의 괴물?

    하두 언론에서 지랄들을 하길래 또 머시기인가 해서 식구들 데리고 가서 '천만 국민영화 만들기'에 일익을 했다. 가서 보니 봉감독의 장난끼가 구석구석에서 느물거리고 있는 잘 포장된 흥행용 코미디 영화더구만. 각종 다양한 상징장치들을 꺼내 들었긴 하지...
    Date2006.08.06 Category영화읽기 Views2351
    Read More
  9. No Image

    28일 후... (28 Days Later...)

    대니 보일이라는 감각있는 영국 출신 감독의 영화입니다. 우선 영화의 시놉시스부터 퍼와 보죠~ 시놉시스 세상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한 영장류 연구시설에 무단 잠입한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여러 대의 스크린을 통한 폭력 장면에 노출되어 있는 침팬...
    Date2006.03.19 Category영화읽기 Views3003
    Read More
  10. No Image

    Bicentennial Man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만났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오래되었고, 또 이미 제가 독일에 있었을 때 본 것이기도 합니다. 그때도 무척 인상깊게 본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자막달린 방송으로 만나고 나니.. 그 재미와 인상이 독일에...
    Date2006.01.03 Category영화읽기 Views2517
    Read More
  11. 장금이의 연기 변신?

    산소같은 여인의 잔혹한 변모가 장안의 화제인 것 같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영애의 연기 변신에 대해서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영화에서 발견한 이영애의 연기는 이전의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들과 비교하여 큰 변신은 커녕 초지일관하는 연기의 균...
    Date2005.08.05 Category영화읽기 Views2459
    Read More
  12. No Image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요즘 갈기 신났다. 계절학기 수업끝내고, 그 여파로 냉방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열심히 다시 냉방의 골짜기로 향하고 있다. 그만큼 더위의 무게가 크기 때문인가? 오늘도 낑낑거리며 더위를 이겨가다가... 다행히 아침부터 무진장 퍼붓는 장대비 덕분으로 시원...
    Date2005.07.29 Category영화읽기 Views2415
    Read More
  13. No Image

    아일랜드를 보고..

    애초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이클 베이로부터 민감한 문제에 대한 통찰력있는 결과물을 기대하지는 않았기때문이다. 그의 영화 경력 속에 영향을 주고 받았던 다양한 영화의 편린들이 마치 짜집기처럼 전편을 휘어감고 있었다. 일단 베이는 워...
    Date2005.07.28 Category영화읽기 Views2735
    Read More
  14. No Image

    마다가스카를 보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나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과도 같다. 온 가족이 영화관을 찾을 때마다 난 보고 싶은 영화의 포스터를 뒤로하고 우선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맡겨버린다. 그런 선택의 결과 얻게된 영화관람 대상은 바로 마다가스카.. 드림 웍스에서 만든 ...
    Date2005.07.23 Category영화읽기 Views2172
    Read More
  15. No Image

    저패니매이션에 대한 한 단상

    일본인의 신화찾기 저패니매이션에 대한 한 단상 나의 일본애니에 대한 본격적인 순례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한 사람을 알면서부터이다. 그리고 나와 미야자키의 만남은 ‘원령공주(모노노께 히메)’라고 하는 그의 최근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후에 원령공주...
    Date2002.07.09 Category영화읽기 Views2595
    Read More
  16. No Image

    하울의 움직이는 성: 현대인을 위한 비신화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현대인을 위한 비신화화? 신년맞이를 온 가족이 극장에서 했습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기로 한 것이죠. 저희들의 계획은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4살이 된 막내의 인내가 간간히 틈을 보이긴 ...
    Date2005.01.02 Category영화읽기 Views2748
    Read More
  17. No Image

    꽃피는 봄이오면

    가끔씩은 수채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그런가요? 그냥 마알간 소녀의 보조개처럼 그렇게 마음을 말갛게 씻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무언가 그런 자극을 줄만한 소재를 구하다가 어쩔 수 없이 또 몇편의 비디오를 ...
    Date2004.12.18 Category영화읽기 Views2311
    Read More
  18. No Image

    매트릭스2를 다시 보고

    * 이틀전 써놓았던 글인데.. 사정없이 제 길어진 쪽글들이 볼성 사나워 한 글로 옮깁니다. 정상적인 평이라기 보다는 단편적인 인상평들의 모음이라고 보셔야 할듯 싶네요^^ 그럼~ - 1 - 오늘 짐을 다 꾸려놓고.. 별로 할일도 없고.. 생각은 싱숭생숭해서 다...
    Date2003.06.26 Category영화읽기 Views2524
    Read More
  19. No Image

    매트릭스2를 보고..

    1편에서 잔뜩 후까시를 잡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2편에서는 나이롱 뽕을 잔뜩세우고 등장해버렸다.. 물론 두 형제 머리에 들어간 바람은 여전히 2편에서도 심오한듯 보이는 장난으로 치장되어있지만.. 1편에서만큼의 성공적인 후까시는 보여주지 못한듯 싶다. ...
    Date2003.06.03 Category영화읽기 Views3342
    Read More
  20. No Image

    하지원의 폰(Phone)을 보고..

    가위라는 작품으로 이미 인지도를 높인 안병기 감독과 하지원이 재결합해서 만든 공포물이다.. 전반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다..' 이다. 깔끔한 화면에 적절한 음향등 일반 공포물로서 명함을 내밀기에 쪽팔릴 정도의 작품은 아닌듯 싶다.. 문제는 여전히 플롯...
    Date2003.05.01 Category영화읽기 Views254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