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2003.02.12 21:45

파리 아사하다..

조회 수 2277 추천 수 28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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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창문에 매달려 요동치 않고 있던 파리가 있었다...
추운 겨울 어찌 내 방까지 날라왔는지..
몇번인가 잡을라하다가 그냥 두어버렸다..
언젠가 때가되면 날라가겠지..
그러기를 일주일.. 녀석 꽤나 오래버티네..

그러나 갑자기 어느 순간..
작은 걱정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내 방에 너가 먹을 음식이 많지 않을텐데..
너는 모기도 아니어서 나를 먹이로 삼지 못할테고..
그러다가 너 굶어죽는데..
내 쓰레기통에도 주로 종이조각들만 쌓일뿐
너가 먹을 만한 것은 거의 없을텐데..."

아침에 일어나 창문에 매달린 그 녀석을 볼때마다
늘 그런 생각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며칠..

드디어 어느 날 아침..
뻗뻗하게 말라있는 모습으로 녀석은 창문 위가 아닌
창문밑에 떨어져있었다..

파리조차 먹을 것이 없는 내 방...
그 작은 녀석이 생존할 최손한의 잉여음식도
제공하지 못하는 내 방..

그 방에서 갈기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시적..
내 방에 누군가를 위한 식량이 제공되지 않은 것처럼
언젠가인가는 나를 위한 식량도
어느 공간내에서는 허락되지 않을수도 있으리라..

파리의 박제화가 내게 많은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
오늘 그 녀석을 쓰레기통에 장례치르며
난 더 많은 생각을 찌거기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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