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2002.12.05 04:45

마르쿠스 떠나다..

조회 수 1986 추천 수 2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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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지난 5년간 많은 즐거움을 나누었던 친구가 방금 내 곁을 떠났다.. 공부를 마친 후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 베를린으로 향한 마르쿠스.. 함께 푸꼬와 니체를 읽으며 고리타분한 독일 교수들을 희롱하던 시절들.. 두번의 월드컵을 함께 지키며 열렬히 서로를 응원했던 기억들.. 때로는 실없는 농담과 가끔은 진지한 대화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던 추억들.. 내 독일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나누었던 그 친구가 나보다 먼저 이곳을 떠났다..

이틀간의 이사를 무사히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에 함께 이사를 도왔던 랄프(Ralf)라는 친구도 끼어서 우리는 자연스레 축구이야기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이구동성으로 지난 월드컵때 한국과 이태리전의 경기는 정말 백미였다고.. 먼저 랄프가 침튀겨가며 감탄사를 연신 꼬아 늘어뜨린다.. 특히 그 친구는 90분을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한국선수들에게 거진 경외에 가까운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식사 후 먼저 랄프가 자리를 뜨고.. 마르쿠스와 앉아 별 이야기 못하고 서로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사를 선택한 친구..(마르쿠스는 폴란드에 사는 애인을 위해 보다 가까운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완전히 독일을 떠나 폴란드에 들어가 정착할 생각이란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그 친구는 대학의 좋은 자리마저 포기했다..) 언제나 다정스레 나의 부족한 독일어를 넉넉히 포용해주던 친구.. 랄프가 떠나고 한시간 반 정도 다시 이런 저런 옛날 기억을 추적하다..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타야할 버스가 먼저 도착하고.. 우린 그 자리에서 긴 포옹을 했다.. 그 친구나 나나 가릴 것 없이 눈가에 맺힌 물기를 거부하지 못하고.. 입으로 그저 "alles Gute für dich"(잘 지내..) 만을 되내이고 있었다.. 버스 기사의 재촉하는 눈길을 무시하고 몇번이나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던 우리는.. 끝내 동시에 "전화해~"라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참으로 이상한게.. 이번에 우리 둘은 서로 "Tshüs~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마지막 인사는 "Ruf mich an!"(전화해야돼~)이었다.. 

그 친구를 위해서 노래 하나를 작곡해 주었다.. 새로운 삶을 열게 될 그 친구와 그 친구의 폴란드 애인을 위해.. 정성스레 만든 곡 하나를 그 친구 앞에서 불러주었다.. 훗날 꼭 멋진 독일어 가사를 붙여서 다시 한번 불러보자고 친구가 제안한다.. 그리고 난 웃음으로 내 긍정의 마음을 표했다..

독일에 와서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오늘 내가 경험한 이별만큼 가슴 시린 이별도 없으리라.. 서로 생김새는 많이 다르고.. 정말 상이한 문화 속에서 자라난 이들인데도.. 서로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난 정말 좋은 친구를 이곳에서 만남 셈이다..

그래 베를린으로 가봐야지.. 그 친구의 새로운 보금자리와 또다른 시작을 지켜보고 또 격려해야지.. 그리고 편지도 해야지.. 메일도 보내야지.. 그래 전화도 해야지.. 후에 베를린으로 갈때는 꼭 카메라를 들고가야겠다.. 그동안 이 친구와 수없이 만났지만.. 정말 제대로된 사진 한 장 없지 않은가? 후에 베를린으로 가서 그 친구의 모습을 내 기억에서만이 아닌 객관적인 대상체로도 담아 오리라..

이미 시작된 겨울.. 난 벌써 다시 제국의 수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날 날을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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