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2023.10.25 15:16

불멸의 헬라...

조회 수 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Extra Form

불멸의 헬라...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명은 또 무엇인가요?  또 나의 본질은 어떤 건가요? 

 

전에 이런 유의 질문은 철학자나 신학자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저 같은 질문에 더 실효적 답변을 제시하는 분야는 요즘은 과학계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련 주제를 놓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모아 숙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요즘 '통섭'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또 적절히 통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인 것 같습니다. 

 

영생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으로 죽지 않고 무한히 사는 것을 뜻할까요? 그렇다면 실제 지금 불멸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불멸의 헬라' '헬라 세포'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1920년 미국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인 헨리에타 랙스는 1950년 즈음에 자궁경부암에 걸립니다. 당시 열악한 미국의 흑인인권 상황 속 그녀는 치료를 위해 먼 거리의 존스 홉킨스대학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지만, 끝내 숨을 거둡니다. 그런데 그 대학 의료진은 의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다상자인 헨리에타나 그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암세포 일부를 체외로 분리해 냅니다. 그리고 배양기에 넣어 두고두고 연구용으로 삼게 합니다. 당시 열악했던 의료연구 윤리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연구용 암세포 샘플을 확보(?)한 존스 홉킨스 대학은 이후 세계 여러 연구소에 암세포 분야에 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헬라세포의 총 무게는 20톤에 달합니다. 그녀의 출생 연도부터 따지자면 백 년이 넘도록 헨리에타의 '일부'는 살고 있는 셈이며, 그 세포를 소유한 연구소에 치명적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쭉 생존해 있을 겁니다. 

 

그럼 20톤에 이르는 이 세포의 정체성과 소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이는 단순 의료 윤리에 관한 물음만이 아니라, 심각한 신학적, 철학적, 윤리적 '묵상'을 우리에게 요청합니다. 물론 헬라 세포 덕분에 인류는 암세포에 관한 여러 구체적이고도 실효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적잖은 치료 성과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헨리에타의 일부는 '살아'있는데.. 그 세포는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요? 이미 공공화된 세포이기에 원주인의 생몰과는 상관없는 독립된 존재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것인가요? 

 

이처럼 우리 주변 따져 묻고, 살피고, 깊이 파고들어야 할 주제가 적지 않습니다.

 
Henrietta_Lacks_(1920-1951).jpg
 
 
 
 
 
 
 
 
 
 
 
 
 
 
 
 
 
Henrietta Lacks (1920–1951)  By (archived link),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1376912

  1. '인문학', 그 낱말의 어려움?

    독일의 신진 철학자 본 대학의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쓴 <나는 뇌가 아니다>를 우리말 번역본과 독일어 원본으로 읽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말로 읽다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원문을 대조하는 방식으로요~ 우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1980년 생으로 20대 후반에 ...
    Date2023.11.09 Category잡글 Views136
    Read More
  2. 과학 혹은 미신?

    데카르트와 뉴턴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습니다. 1596년 생인 데카르트에 비해 뉴턴은 1643년 생으로 한 세대 정도 늦기는 하지요. 흥미롭게도 두 사람 모두 <원리>(Principia)란 책을 펴냈습니다. 먼저 데카르트는 <철학 원리>(Principia philosophiae, 1644)...
    Date2023.10.26 Category잡글 Views102
    Read More
  3. 불멸의 헬라...

    불멸의 헬라...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명은 또 무엇인가요? 또 나의 본질은 어떤 건가요? 전에 이런 유의 질문은 철학자나 신학자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저 같은 질문에 더 실효적 답변을 제시하는 분야는 요즘은 과학계인 것 ...
    Date2023.10.25 Category잡글 Views91
    Read More
  4. 27년간의 기록..

    미국 보스턴 칼리지 사진학과의 칼 바덴이라는 이름의 교수. 그는 지난 87년 재미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다. 사진학과 교수답게 매일 그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 일이다. 지금까지 무려 27년을 그는 그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유투브에 24년간의...
    Date2014.03.02 Category잡글 Views3147
    Read More
  5. No Image

    혼자보내는 새해 첫날~

    하루가 늦게 시작된다. 9시쯤 눈을 떠서 난 한 날을 열었지만 10쯤 되어서야 막내와 아내가 눈을 뜬다. 큰 놈은 11시가 훌쩍 넘어 12시에 다가서서야 겨우 몸을 추스린다. 다들 처리한 아침 식사를 꼭 브런치로 만들어 때우는 놈이다. 밥이란 것을 몸으로 집어...
    Date2010.01.01 Category잡글 Views1415
    Read More
  6. No Image

    새해..

    나같이 완벽히 세속화에 성공한 이들에게 첫날... 이런 것은 참 거시기하다. 별다른 의미부여 없이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나같은 이에게 2010년 1월 1일은 그냥 금요일일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2009년 12월 25일 역시 금요...
    Date2010.01.01 Category잡글 Views1373
    Read More
  7. No Image

    부활절 달걀의 유래는..

    해마다 부활의 날이면 어김없이 교회에서는 계란을 나눠줍니다. 제 기억에 어린 시절 받았던 계란은 주로 삶지 않은 것이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익은 달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부활절 계란 행사는 이벤트화 되어 교회마다 누가 더 멋지게 계란을 꾸몄...
    Date2009.04.15 Category잡글 Views4797
    Read More
  8. No Image

    갑갑한 세상, 최진실씨의 죽음을 보며

    이은주.. 정다빈.. 유니.. 안재환.. 최진실.. 무슨 시리즈처럼 이 땅의 꽤 잘나가던 연예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방법으로.. 특히나 20여년 톱탤런트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던 최진실씨의 죽음은 적잖은 이들을 외상후 스트레...
    Date2008.10.03 Category잡글 Views4236
    Read More
  9. No Image

    참돌고래의 장례식

    얼마전 한 방송국 뉴스 프로그램에서 참돌고래 동영상 하나를 소개하더군요. 그 장면은 죽어가는 동료를 몇마리의 돌고래들이 등으로 밀어 자꾸 해면 위로 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돌고래는 포유동물.. 허파로 숨쉬기를 하지요. 따라서 물밑에 장...
    Date2008.09.27 Category잡글 Views3335
    Read More
  10. No Image

    올림픽을 즐기는 선수들~

    여자 펜싱 개인전 에페경기 시상식대 위에서 있던 일입니다. 왼쪽부터 아나 마리아 브란사(루마니아, 은메달) 브리타 하이데만(독일, 금메달), 일디코 민츠카 네발드(헝가리, 동메달)입니다. 그림은 은메달을 딴 루마니아 선수가 독일선수의 금메달을 잠깐 렌...
    Date2008.08.23 Category잡글 Views224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