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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의 측면에서 본 나카야마 미키의 신비체험]에 대한 논평

일본의 대표적인 신종교로 인정되는 천리교의 교조 미키가 경험한 ‘신비체험’을 ‘다중인격 장애’라는 정신 병리학적 시각으로 살펴 본 임태홍 박사의 논문은 종교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에게 적잖은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아직까지도 많은 수의 종교연구가들은 개별 종교전통들을 연구할 때 문헌에 대한 조사와 분석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 이를수록 개별 종교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아내기 위하여 검증적인 현장연구와 -총체적인 시각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이 논문과 같이 교조의 종교적 체험을 정신 병리학적, 혹은 분석 심리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흔치 않다. 물론 이런 유의 연구가 기왕에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 중국과 한국에서 태동한 대표적인 신종교운동들인 ‘태평천국’과 ‘동학’의 창시자들인 홍수전과 최수운의 신비체험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 이런 유의 선구적 작업으로 꼽을 수가 있겠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과 중국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천리교의 교조 미키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 분석은, 이미 임박사의 서술 속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거의 시도되지 않았고, 바로 그런 점에서 이 논문이 가지는 학문적, 사료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며 본 논문은 천리교의 주요한 경전 속에 기록되어있는 미키의 종교적 경험을 잘 적시하며, 아울러 그 내용과 의미에 대한 정보 역시 유의미하게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임박사의 논문은 일정부분 계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도적인 정보 제공 이상의 미키가 경험한 신비체험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인 분석과 그 결과물이 조금은 불충분한 채로 차후 과제로만 남겨진 것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논문에 대한 아쉬움을 갖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을 다음과 같은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해본다.

1. 소소한 실수들

이는 참으로 소소한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 지적은 논찬이 이루어질 즈음에는 논자의 의도 하에 정확히 교정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문의 엄밀함과 정치함에 대한 독자의 최소한의 요구에 의지해 논문에 방치되어 남겨진 몇 가지 실수와 오타를 지적코자 한다. 먼저 논문 6쪽의 ‘천도교 교단’은 ‘천리교 교단’으로 바로 잡아져야만 한다. 그리고 같은 면 <교조전>에 기록되어있는 미키의 체험이 일어난 해는 ‘1938’년이 아니라 ‘1838’년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 대한 오기는 또다시 반복되어 나타남으로써 논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야기 시킨다. 물론 소소한 오타이긴 하나 논문의 완성도를 위하여 가볍게 지적토록 한다.

2. 약간은 불충분한 계도적인 배려
이미 서두에 밝혔듯이 본 논문은 천리교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계도적인 논문이다. 하지만 그 계도성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미키에 대한 개략적인 전기적 기술과 또 본 논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각 경전들에 대한 문헌학적 소개가 조금은 불충분하게 느껴진다. 물론 임박사는 적잖은 공을 들여가며 교조와 경전들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지만, 구성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집약되어 있지 않고, 또 너무 단편적이라 연대기적인 정보 확보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은 저자의 학문적 능력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논문 기술과 구성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간의 배려와 관심만 있으면 해결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배려의 부족으로 인해, 본 논문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논문 자체의 밀도 있는 완성도보다는 하나의 부분적인 기술(記述)적 소개문으로 인식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상의 문제는 논문의 완결성에 적잖은 흠집을 내게 된다.

3. 부족한 분석들
사실상 이미 사망한 교조의 종교체험을 정신 병리학적 시각으로 검토해서 유의미한 분석을 얻어내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특정한 이에게 정신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관찰과 분석이 요청된다. 하지만 본 논문의 분석대상이 되는 미키는 이미 작고했고, 따라서 ‘제한된 본문’에만 의존한 미키의 신비체험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 분석은 그 자체가 이미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작고한 이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인 연구는 대개의 경우 정치(精緻)한 분석보다는 큰 갈등 없는 ‘추론적 결론’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크게 보아 이 논문 역시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미키가 천리교를 창시하게 되는 결정적인 동기가 되는 신비체험이 가지는 증세가 ‘해리성 주체성 장애’, 혹은 ‘다중인격 장애’의 그것과 유사하게 읽혀질 수도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 본 논문은 역시 그러한 가정의 ‘일방적인’ 재확인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분석을 위한 틀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문헌이 천리교 교단의 경전들이라는 점에서도 또 다른 의미의 한계들을 가지게 한다. 즉 그 문헌들 자체가 이미 신앙화 된 혹은 종교적인 의미로 ‘재해석된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사 비평적인 시각 속에서 볼 때 이미 한차례 ‘왜곡과정’을 거친 문헌들을 한 개인의 종교적 체험에 대한 환원주의적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사용할 때에는 보다 더 세밀하고 정밀한 주의가 요청될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정밀한 문헌적 접근을 하기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 문헌들에 대한 정치한 역사비평적인 작업을 전제해야 한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도드라진 성급한 비교보다는 문헌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보다 엄밀한 논의의 전개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문헌 자체에 대한 농도 짙은 반성이 결여된 본 논문은 또 다른 아쉬움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종교심리학 분야의 선구자인 윌리엄 제임스의 경우 열정적인 종교인들이 지닌 신비체험은 ‘의학적 유물론자’들에 의한 인과율적 설명으로 해체될 수 있는 성질의 것만은 아님을 그의 고전적인 책 <종교경험의 다양성>에서 반복해서 지적해주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신적인’(divine) 것에 대한 내포는 이전의 협소했던 특정 종교전통 내에서 해석되던 한계는 넘어서고 있지만, 적어도 개별 종교인들이 체험하는 신비체험에 대한 배려는 의학적 유물론주의자들의 이성주의적 환원주의는 지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종교경험에 대한 그의 최대한의 배려와 관심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반면 본 논문에는 그러한 고민의 역정이 좀처럼 노출되지는 않는다. 단지 이중인격 장애라고 하는 창을 통하여 신앙적으로 재해석된 천리교 경전 속에 노출되고 있는 미키의 신비체험을 표피적으로 반추해보고 있을 뿐이다. 즉 애초의 의도했었던 미키의 신비체험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인 분석보다는 그가 체험한 내용에 대한 재확인 혹은 반복 설명에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논문은 독자들에게 계도적인 목적 이상의 것을 더 이상 제공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야기 시킨다. 필자는 미키의 신비체험이 정신 병리학적으로 다중인격 장애의 증세와 유사하다고 하는 ‘전제의 재확인’이 본 논문의 임무라고는 보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보다는 좀 더 심도 있는 심리학적 해명 작업이 후발 연구들을 위해 유의미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따라서 보다 엄밀한 평가를 내리자면, 이 논문은 미키의 신비체험에 대한 정신 병리학적 분석을 의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하나의 문헌적 비교연구에 멈춰 서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아쉬운 부분이 남기는 하지만, 인간의 종교적 경험을 정신 병리학적, 혹은 분석 심리학적 시각 속에서 조망하려는 시도는 종교 경험의 다양한 측면 이해를 위해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고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여러 제한 속에서도 유의미한 계도적 작업에 흔쾌히 나서준 임박사의 노고에 감사함으로 필자의 일천한 논찬은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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