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일갈
2005.02.28 13:28

죽음에 대한 한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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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주접 때로는 변명...

참 나는 어려운 문제를 건드렸다. 이 주제를 제의해놓고도 나는 사연 있는 한숨만 풍겨내며 나의 오만을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허나 이왕 시작한 일 끝이나 보자는 기발한 배짱으로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그래, 어차피 이것마저도 나의 한계이니까...

첫 번째 이야기 : “관계의 상실”

10년도 더 된 옛날의 이야기다. 그제나 지금이나 여전히 촌놈인 나는 연휴라도 낄라치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이야기의 출발점도 바로 고향 행 버스 안에서 시작된다. 서울서 내 고향까지의 거리는 80Km정도... 고속버스로는 1시간 내외의 길지 않은 거리이다. 허나 당시 나는 그 1시간이라는 거리를 무척 숨막히게 견뎌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도 등꼴이 식어질 정도의 오싹한 아낙의 울음소리가 내 바로 뒤에서 1시간 내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낙의 울음사이에 간간이 섞여 나오는 추임새를 미루어 추리하건대, 당시 그녀는 모친상을 당했음이 틀림없었다. 슬픈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내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의 추임새가 주는 크나큰 자극에 있다. 난 처음엔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버스가 출발할 때부터 이렇게 울어댔기 때문이다.

“에이, 미친 년! 쥐길 년!! 왜 혼자만 떠나!! 난 어떡해!!! 시팔 년! 지 혼자만 떠나만 다야!!! 으이그 내 팔자야!!!!”

동방예의지국에서 과연 이 정도의 곡소리를 청취하고, “음, 저 여인의 모친께서 돌아가셨군...” 이라고 결론 내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허나 마지막 대사 하나가 죽은 사람이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어엄~ 마.....”

그때 나는 느꼈다. 인간이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그것은 철저히 관계의 상실이었다. 나와의 관계에서 그가 주고 있었던 기능(機能)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녀에겐 (엄마라고 하는) ‘존재의 상실’보다 그 존재가 주고 있었던 ‘관계와 기능의 상실’이 더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죽음에 대한 내 짧은 단상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죽음은 관계의 상실이다.’


두 번째 이야기 : “관계는 곧 존재 그 자체”

그러다 죽음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단상이 무참히 깨어지는 체험이 내게 있었다. 그것은 3년 전의 일이다. 바로 할머니의 주검이 죽음에 대한 나의 편견을 교정시켰다. 군 생활하던 중에 접한 할머니의 사망 소식은 내겐 더할 나위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좀더 할머니의 곁에 있지 못함에 대한 깊은 후회가 몸살처럼 내 몸을 후벼 파 들어왔다. 싸늘히 식어있는 할머니의 몸을 보며 북받쳐 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나는 죽음이란 ‘관계의 상실’이라는 나의 고전적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관계의 상실 이상의 더 큰 공허를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심리적인 설명으로 풀어버릴 수 도 있었지만, 나는 환원주의의 짙은 유혹을 물리치며 이런 결론을 내려버렸다.

“죽음은 관계의 상실임은 틀림없다. 허나 그 관계는 단순한 기능 그 이상의 것을 함주하고 있다. ‘관계는 곧 존재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존재의 재구축’이다.”

세 번째 이야기 : “왜 관계가 존재인가?”

죽음이란 관계의 깨어짐이다. 그리고 그 관계란 곧 존재이다. 왜 나는 관계를 존재라 말하는가? 그것은 존재를 실체로 읽지 않으려는 나의 고집에 기초한다. 존재가 관계라 하는 것은 곧 ‘그물망(network)’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나의 생각 속에는 죽음을 주체적으로 경험하는 존재란 없다. 죽음은 단지 신경 그물망의 해체일 뿐이다. 신경 그물망은 무엇을 지칭하는가? 그것은 하나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들의 정보연합망을 의미한다. 죽음이란 바로 이 세포들의 정보망이 해체되었음을 의미한다. 허나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해체도 아니다. 그들을 응집케 했던 ’이기성(利己性)이 묽어졌음‘을 의미한다.

네 번째 이야기 : “관계가 존재이기에 슬펐던 것인가?”

죽음이 관계의 해체이며 이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즉, 나의 생각 속에는, 세포는 그 세포가 연합한 일정한 대상체에게만 구속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운동하면서 그 운동의 여파를 외부에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호확산과 상호간섭이 사회라고 하는 공동체를 지탱하게 된다. 그러므로 죽음을 통한 한 개체의 소멸은 전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 균형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죽은 이가 지탱하고 있었던 우주의 축이 비어지므로 인해 전반적인 균형 잡기가 필요해진 까닭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슬픔이라 부른다. 그러나 죽은 개체의 파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죽은 개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파장의 본래성에 귀속한 것뿐인 것이다. 간섭작용에 의한 파장의 이기적 균일성이 본래성으로 회귀한 것이다-이런 점에서 파장은 시간 속에 활동한다. 아니 파장의 흐름이 시간 그 자체일 뿐이다-. 그것을 우리는 죽음이라 부른다. 그리고 슬퍼한다. 내 존재의 균형에 이상이 있었기에... 그리고 죽은 개체가 자신과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슬픔의 길이는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물리적(物理的)’이다. 그래서 난 내 할머니의 주검 앞에서 크게 울었다. 내 우주가 변하였음에....


다섯 번째 이야기 : “그러면 살아있음은 또 무엇인가?”

죽음이 ‘파장의 본래성으로 복귀’라면 살아있음은 또 무엇인가? 나는 말한다. ‘삶과 죽음’에 이분법적인 도식은 이제 끝이다. 삶과 죽음 그 모두는 과정의 한 양상들일 뿐이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일 뿐이다. 사물들은 일정한 존재자로서의 활동에서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다른 존재자로 전이가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조합을 위한 해체’인 것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죽음에 대한 공포는 또 무엇인가?”

그것은 “형이상학적인 왜곡(歪曲)에서 오는 착각‘일 뿐이다. 죽음은 종결이 아니기에 우리는 두려워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새로운 조합(干涉)에 대한 호기심일 뿐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 : “왜 늙는가?”

늙음, 노화(老化)는 본능(本能)이다. 변화를 위한 일종의 놀이(game)인 것이다.


최후 진술

우리에게 죽음은 없다. 오직 ‘호기심’만이 있을 뿐이다. 단지 왜곡된 감정만이 우리를 혼란케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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