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개강하기 전 모처럼 맞이한 무료함을 달랠겸.. iptv 채널을 고문하다가.. 무료 한국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2007)
그러고보니 언젠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원과 임창정이 주연했던 바로 그 영화..
어떤 걸까? 살짝 궁금증이 도져서 2시간여 투자를 과감히 결정했다.
영화를 쭉 지켜보자니.. 윤제균 감독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나왔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해운대>, <하모니>, <퀵> 등
나름 한국적 코미디/드라마 부분에서는 한 몫 챙기고 있는 분이 아니신가. 게다가 <해운대>를 통해 1천만 관객동원이라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누리고 있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리고 단순 상업지향적이지만은 않게 드라마 안쪽에는 나름 사람 냄새를 어느 정도 숨겨놓을줄도 아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두사부일체>가 그렇고, <하모니>가 그렇고, 오늘 함께했던 <1번가의 기적>이 그렇다.
복싱하는 여성으로 분한 하지원과 철거전문요원으로 등장한 임창정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군데 군데 조금은 과하게 포장된 감독의 휴머니스트적인 설정이 영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다. 철거촌에서 살고 있는 복싱녀와 철거반 바람쟁이로 등장한 맘 약한 건달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스텔론 형님의 <록키1>의 플롯과 감동을 어떡하든 전해보려고 감독은 무진 애를 쓴다. 거기에 <웰컴투 동막골>(2005) 류의 조금은 어설픈, 그리고 약간은 강요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국적 판타지가 영화의 무게를 의도적으로 무겁게 하고 있다.
여하튼 영화를 보고나서 드는 처음 생각은 "볼만했다"라는 거다. 그렇게 신파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촌스럽지 않은 나름대로 다양한 미쟝센과 메시지로 무장한 볼만한 드라마가 이 <1번가의 기적>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암에 걸린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토마토가 자신들을 향한 폭력의 도구로 변하는 모습.. 롱테이크와 토마토의 붉은 빛으로 대신한 아이들의 이 폭력신과 포크레인과 각목으로 무장한 철거반이 거주민들에게 가하는 압도적 폭압신과 오버랩되면서 감독은 충분한 자신의 의도와 의지를 수려한 미쟝센으로 남겨두었다.
다만 임창정과 하지원의 겹침까지 좀 과도한 감독의 오버랩 기법 사용은 극의 긴장도를 심하게 흔들어 버렸다. 관객의 예측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개를 보임으로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끌어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무언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감독이 심하게 의식한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 정보 한국 영화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봐줄만했고, 또 나름 남는 것도 있는 그런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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