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2006)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큰 감동에 목말라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일을 보던지.. 항시 거대한 수식어와 감동적인 결말을 구석구석에서 기대하는 듯이 보입니다. 운동경기를 보든, 신문기사를 보든, 영화를 보든.. 거칠다고 느낄만큼 거대한 감동의 산맥이 눈 앞에 자리하지 않고는 쉽게 평가의 문을 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영화.. Once는 매우 초라합니다. 감동이나 큰 격정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별한 스토리랄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의 단촐한 모습을 카메라는 수줍게 추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영화 속에 그냥 하나로 함몰된 음악만이 1시간 30분여 흐르는 영화의 길이를 잊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아.. 이 작품을 뭐라 해야 할까요? 뮤지컬일까요? 물론 분명 이 작품은 음악영화이긴 하지만 뮤지컬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뮤지컬이 갖는 뻔한 감동의 구조를 이 작품은 과감히 벗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국 이 영화는 내내 주인공 남녀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습니다. 그냥 그 남자, 그 여자 일뿐.. 모든 것이 익명인 채.. 그저 평범한 이들이 갖고 사는 꿈과 일상의 무게를 3m 밖에서 차분하게 그리고 있을 뿐...
그런데.. 이런 평범한 카메라 워크가 사람의 마음을 극도로 편안하게 합니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열정적 사랑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어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생활 속에 녹여버리는지 영화는 차분하게 읊조립니다. 때로는 무척 밋밋하게.. 때로는 매우 건조하게.. 영화의 카메라는 보통 이의 앵글을 따라가며.. 우리 네 삶의 내음을 필름 안에 담아내려 애쓰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소합니다. 장소는 영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압제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아이랜드의 더블린.. 유럽 주변부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노이지 짙은 영화의 톤은 우울한 그림을 연신 품어내고 있습니다. 그 잿빛 도시의 한 가운데에 서서 소리통에 구멍이 난 낡은 기타에 의지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한 사내.. 그리고 그의 옆을 스쳐가며 꽃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체코출신의 한 가난한 여인.. 사내는 아버지와 함께 가전제품 수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짬짬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음악인의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 속에 잃어버린 옛 연인을 다시 찾기를 고대합니다. 꽃을 파는 여인은 이미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습니다. 남편은 고향땅 체코에 여전히 머물러 있고.. 자신은 어린 딸과 친정 어머니와 함께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음악.. 언제나 기타와 함께 살며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한 여인..
두 사람은 결국 한 악기 상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꿈과 삶의 끈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뿐.. 그들의 거리는 여전합니다. 서로를 원하지만.. 서로의 생활을 간섭할 수 없는 법.. 남자는 데모테이프를 들고 런던의 음반사를 찾아가고.. 여인은 체코로 부터 온 남편과 함께 낯선 이국 생활을 이어갑니다. 런던으로 가기 전.. 기타를 든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여인은 그의 벗이 준 피아노 위에서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선율로 옮겨갑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멀어지고.. 각자의 생활 속에 다시 빠져들고.. 차분하게 영화는 1시간 30분의 수명을 정리합니다. 노래와 함께..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음악인들이 모여 만든 작품입니다. 주인공 남자로 등장하는 글렌 한사드는 현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더 프레임즈의 리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한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시 체코 출신의 음악인입니다. 영화를 감독한 존 카니는 주연을 맡은 글렌 한사드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음악이었죠.. 이들이 모여 한때(once) 그들이 가졌었고, 아님 정말 그렇게 지냈음직한 한토막의 생활을 십여개의 음악으로 담아냅니다. 보통 음악영화나 비디오의 경우 비쥬얼한 것을 많이 강조하는데.. 정말 이 영화는 '볼만한 그림' 하나없이 '볼만한 노래'를 보여줍니다.
그저 노래들이 어떻게 사연을 가지게 되며, 또 어떻게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하는지.. 영화는 다큐같은 모습으로 따라갑니다. 하여 큰 감동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줄만한 큰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저.. 당연히.. 그저 막연히.. 그저 평범히.. 왜 우리가 노래를 끌어안고 살고 있는지.. 영화는 답변없이 보여줄 따름입니다. 따라서 스토리도 긴장도가 떨어집니다. 다만 사이 사이 박혀있는 노래만이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120%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짙은 유화보다 때로는 맑은 수채화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겠죠. once는 바로 그런 수채화 같은.. 정물화같은.. 그런 맑은 영화입니다.
애초.. once는 인디영화입니다.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라고 하는 것이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j6slEoCqD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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