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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5 15:16

불멸의 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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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헬라...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명은 또 무엇인가요?  또 나의 본질은 어떤 건가요? 

 

전에 이런 유의 질문은 철학자나 신학자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저 같은 질문에 더 실효적 답변을 제시하는 분야는 요즘은 과학계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련 주제를 놓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모아 숙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요즘 '통섭'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또 적절히 통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인 것 같습니다. 

 

영생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으로 죽지 않고 무한히 사는 것을 뜻할까요? 그렇다면 실제 지금 불멸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불멸의 헬라' '헬라 세포'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1920년 미국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인 헨리에타 랙스는 1950년 즈음에 자궁경부암에 걸립니다. 당시 열악한 미국의 흑인인권 상황 속 그녀는 치료를 위해 먼 거리의 존스 홉킨스대학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지만, 끝내 숨을 거둡니다. 그런데 그 대학 의료진은 의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다상자인 헨리에타나 그의 가족의 동의도 없이 암세포 일부를 체외로 분리해 냅니다. 그리고 배양기에 넣어 두고두고 연구용으로 삼게 합니다. 당시 열악했던 의료연구 윤리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연구용 암세포 샘플을 확보(?)한 존스 홉킨스 대학은 이후 세계 여러 연구소에 암세포 분야에 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헬라세포의 총 무게는 20톤에 달합니다. 그녀의 출생 연도부터 따지자면 백 년이 넘도록 헨리에타의 '일부'는 살고 있는 셈이며, 그 세포를 소유한 연구소에 치명적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쭉 생존해 있을 겁니다. 

 

그럼 20톤에 이르는 이 세포의 정체성과 소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이는 단순 의료 윤리에 관한 물음만이 아니라, 심각한 신학적, 철학적, 윤리적 '묵상'을 우리에게 요청합니다. 물론 헬라 세포 덕분에 인류는 암세포에 관한 여러 구체적이고도 실효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적잖은 치료 성과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헨리에타의 일부는 '살아'있는데.. 그 세포는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요? 이미 공공화된 세포이기에 원주인의 생몰과는 상관없는 독립된 존재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것인가요? 

 

이처럼 우리 주변 따져 묻고, 살피고, 깊이 파고들어야 할 주제가 적지 않습니다.

 
Henrietta_Lacks_(1920-1951).jpg
 
 
 
 
 
 
 
 
 
 
 
 
 
 
 
 
 
Henrietta Lacks (1920–1951)  By (archived link),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1376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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