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이병관 작가입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협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인터뷰를 아래와 같이 진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프로그램명: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2. 방송일시: 2007년 7월 19일(목) 오전 8시 47분경부터
3. 방송시간 및 형식 : 5-6분 내외, 생방송 전화 인터뷰
4. 진행자: 유종일 교수(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5. 연락처: 011-756-5716
6. 담당PD: 이순곤부장(011-1710-1634),
7. 담당작가: 이병관(016-238-9323)
8. 질문 :
1. 먼저 저희가 한 조사 결과를 들으셨는데, 간단히 평가를 좀 해주신다면요.
- 기존의 조사연구와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조사나 전화조사의 경우 면접조사보다 타당성과 신뢰도 모두 떨어집니다. 이번조사는 신속하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조사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기존의 조사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점은 잘 보완한 것 같습니다.
2. 여름휴가 시즌인데, 여가문화를 연구하시는 입장에서 우선 우리의 휴가기간..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보시죠?(실태와 이유)
- 여름휴가와 명절을 제외하면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인 휴가가 없습니다. 명절은 가족에 대한 의무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면, 여름휴가뿐인 셈인데 그나마 기간이 너무나 짧습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서 앞만 보고 뛰어 온 결과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주5일 근무제가 몇 년 전부터 도입됐는데, 5일 근무제가 휴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영향)
- 경영자총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2003년에는 평균여름 휴가일 수가 4.4일이었으나 올해에는 3.9일입니다. 여름휴가일 수가 줄어드는 것은 주5일 근무제 시행 이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주5일 근무제로 말미암아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4. 휴가가 여름에만 몰리는 현상도 아직은 여전한 것 같은데, 다른 나라도 이렇습니까?
-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아직 시차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여름휴가 외에는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인 휴가가 없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경우에 연중 한 달간의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 휴가를 보장하공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부활절 휴가 일주일, 여름휴가 이주일, 크리스마스 휴가 일주일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 시차제를 도입하고 여름휴가 외에도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인 휴가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5. 그러면 이런 5일 근무제 하에서, 기업들이 휴가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경영 관점에서)
-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인 휴가는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여름휴가 외에도 다양한 휴가를 연중 분산해서 운용하는 것이 기업입장에서도 이익이 됩니다. 쉬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이후에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런데 전국민이 15일 이내에 여름휴가를 갔다 오려니 휴가가 휴가 같지 않은 사태가 벌어집니다. 시차제를 적용해서 운용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6. 하지만 많이 쉬고, 휴가를 많이 가는 게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보는 인식이 여전히 많은 것 같은데요..(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
- 실제로 그렇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월요병은 있어도 금요병은 없거든요! 즉, 여름휴가를 비롯한 연속적인 휴일은 일시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나 조금만 길게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한다면 월요병은 없어지겠지만, 그 대신 일주일 내내 병에 걸릴 겁니다(생산성이 떨어질 겁니다).
여름휴가를 비롯한 연속적인 휴일은 생산성 향상과 창조적인 노동을 위한 투자입니다.
7. 근로자들, 일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현재 우리의 여가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앉으면 고돌이 나가면 술이지요. 도박과 음주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한 나라도 없을 겁니다.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8. 그러면 휴가나 여가에서 만족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몰입하면 됩니다. 푹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여가를 보내면 대단히 만족스러워 합니다. 내가 가진 여가기량과 여가활동의 난이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면 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가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여가교육 없이 여가를 즐기려고 하면 결국 ‘앉으면 고돌이 나가면 술’이 되어 버립니다. 여가교육은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입니다.
[삶과 문화] 여가에 담긴 정치
1980년대 초반 대학에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 예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광고가 나왔다. 한국에 새롭게 선보이는 운동화에 대한 광고였다. 대단히 도전적인 광고 카피를 던지고 광고는 종료되었다. '누가 나이키를 신는가!'
그 당시에 과연 누가 나이키를 신었을까? 나이스로 둔갑한 것이기는 했지만, 평범한 한국인들이 신었다. 아디다스가 들어오면 아디도스를 신고, 아놀드 파마가 들어오면 아놀드 파라솔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평생직장이 있었고 김장파동만 없다면 견디고 살 만했다.
● 시대 따라 달라져온 한국인 삶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1992년 7월 1일 음반시장·영화시장 등 여가문화산업시장 전면개방, 1996년 1월 1일 '지적재산권의 무역적 측면에 관한 협정 발효'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무언가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11월말 경제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에 아시아 전체가 경제위기를 맞았고, 홍콩이 본토로 반환되었으며, 중국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환율을 끝까지 지켰다. 온 국민은 장롱 깊숙이 숨겨놓았던 금반지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내놓고 대신 휴지 조각이 된 한국 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미국 돈으로 바꿔서 빚을 갚으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조성된 공적 자금으로 망한 기업을 회생시켰고, 직장을 정상화시켰으며,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평범한 한국인 자신은 직장에서 쫓겨났다.
같은 시기에 분식회계, 불법 경영권승계, 불법비자금 조성 등으로 재벌 총수는 불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재벌 총수는 경제성장에 기여한 만큼 경제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광주로 내려 간 정치인들은 5ㆍ18 전날 룸 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대화재의 와중에 주무 고위공직자는 골프를 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온갖 정치적 고통을 다 겪으면서 결국 청와대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은 이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한 만큼 국민들에게 깊은 정치적 불신을 심어주었다.
이런 엄청난 사건들을 겪으면서 한국인들이 여가장면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팝송 대신 한국 대중음악을 듣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대신 한국영화에 빠져들고, 콜라 대신 매실음료를 마신다.
놀이동산 대신 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노벨문학상 받은 소설 대신 <서편제>를 읽는다. 세계화로 말미암아 초래된 경제위기를 넘어 세계화가 우리에게 약속했던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한국인의 여가 실천은 '자유, 해방,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즐거움에 대한 추구'이기도 했지만 '저항과 투쟁'이기도 했다. 힘들었던 한국인의 여가 실천은 한류열풍이라는 메아리가 되어 온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이리하여 영웅적인 개인의 여가와 한국인의 여가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 정치계절에 돌아본 한국인 삶
다시 돌아온 정치의 계절에 대통령 후보들에게 권고한다. 대운하를 만드는 것이, 5년 안에 선진국이라는 꿈을 심어주는 것이, 행복의 나라로 가자고 외치는 것이, 중통령의 시대를 여는 것이 대통령 되는 길이 아니다.
내 목소리를 낮추고 이 나라의 진짜 주인에게 길을 물어야 하겠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다시 침묵하고 있다. 다만 일상적인 여가 실천을 통해 세상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다.
한류, 한국의 문화적 현대성*
신종화, 최석호**
(전남대학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이것은 전체 논문의 일부입니다. 전체 논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 약
한류(韓流, the Korean wave)는 웰빙(well-being)과 더불어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화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한류열풍은 한국문화의 역량과 현실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척시켜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관점들의 상당수는 한류의 실용적 의미와 민족주의적 가치에 집중하거나, 문화산업적 특성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논문은 한류를 한국에서 현대성의 문화적 특성과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현대성과 문화에 대한 역사적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한국과 해외의 문화적 공간에서 한류가 전개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경쟁하는 현대성의 맥락과 복합적인 문화 환경 속에서 배태된 한류 역시 여러 개의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류를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분석 또는 비판하거나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간주하는 시각은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한다.
핵심단어: 현대성, 문화, 세계화, 문화산업, 한류
머리말: 현대성과 한국문화
한류(韓流, the Korean wave)는 웰빙(well-being)과 더불어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화의 큰 화두가 되어왔다.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며, 해당 국가에서 일종의 문화적 트렌드로서 받아들여진 한국의 대중문화로서, 한류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등장했다. 한류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1. 한류의 성격 및 현 수준 확인; 2. 한류의 문화, 예술적 특징 이해; 3. 한류문화의 경쟁력과 효과 파악; 4. 한류문화 수용자의 환경 분석; 5. 한류의 지속가능성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 글은 한류에 대한 이러한 실증적, 정책적, 실용적 논의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한류라는 문화적 현상을 ‘현대성/근대성(現代性/近代性, modernity)’개념과 연결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한국의 사회과학계에서 현대성의 특징들과 한국적 상황을 결부시켜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보편성 對 특수성’ 또는 ‘지향 對 (현실적)수준/괴리’의 해석구조를 사용하여 왔다. 이러한 논리전개의 처음에는 ‘현대성의 특징과 성격’을 이해하는 토대작업에서 한국적 경험이 배제되어있다. 서구 일반 또는 특정의 서구 국가 경험들의 이론화를 통해서 생산된 현대성 담론의 수용을 통해서 구성된 현실 분석 틀로서 현대성이 이해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분석틀과 한국의 관계는 곧, 한국의 경험은 분석과 설명의 ‘대상’이 되고, 그 방법적 태도의 기원은 외부적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 글의 구성에서 문화현상으로서 한류에 대한 설명과 이해의 방식을 먼저 시도한다. 현대성에 대한 해석은 한류 설명을 바탕으로 후반부에서 제시한다. 한류라는 구체적인 문화사례와 추상적인 포괄개념으로서 현대성의 관계는 '한류, 문화적 현대성(cultural modernity)의 한 사례‘로 요약되어 이해되어 질 수 있으며, 한류와 현대성을 연결하는 매개개념으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 글의 연구태도는 한류라는 문화현상을 사례로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현대성 일반이론을 구성하려는 일종의 귀납적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태도를 통하여 현대성과 결부된 사회과학과 철학의 추상적 사유방식을 한국의 구체적인 문화현상과 결부시켜 그 의미의 지평을 보다 가시화하고, 현대성 담론 속에 한국적 소재를 보다 직접적으로 배치시킨다. 이것을 통하여 ‘한국적 논의’의 일반이론화 가능성을 확대시키고자 한다.
I. 한류: 사회변동과 문화현상
1. 지난 10년(1997-2006) 한국의 문화환경 변화
1997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큰 사회변화를 겪어왔다. 외환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비롯된 경제위기를 통하여 IMF의 관리체제를 거치고, 경제활동 전반에서 제도적 환경과 합의구조가 변해왔다. 사회적인 논란과 더불어 2007년 7월에 시행될 비정규직 법안이 2006년 11월에 통과되었으나, 고용의 불안정성 지속과 높은 실업률과 이직률이 유지되고 있다. 한편, 이동통신산업과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과 문화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정치영역에서는, 1997년 경제위기를 통해서 전통적 야당세력이 권력을 잡게 되었으며, 2002년에 출범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높은 불신 속에서, 사회전반은 민주화의 후유증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한편, 이러한 사회환경의 변화는 가족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결혼연령의 상승, 이혼율의 증가, 세대간의 가치관 대립을 드러내고 있다. 사적 영역에서의 관계변화가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노령인구의 급상승이 되어 사회영역의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문화영역에서의 변화는 사회전반의 변화기조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세계화의 영향 속에서 문화산업의 국내시장이 개방됨과 동시에 자생적인 문화산업의 큰 틀이 점차로 확대되어왔다. 영화산업은 국내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상징적으로 한국의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공연시장은 뮤지컬과 비언어 극을 중심으로 예술산업적 기반이 정교화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시간대 확산과 케이블 방송의 확산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였고, 드라마와 쇼-코메디 프로그램의 제작이 크게 부각되었다. 정보통신분야의 성장으로 인터넷과 이동통신과 결합하여 음악의 사회적 확산이 크게 증가하였고, 전통적인 음반시장이 위축될 정도로 디지털-이동 음원시장이 성장했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변화 뒤에는 보다 포괄적인 사회변화가 있다. 첫째, 예술산업에 있어 창작의 자유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부각되었다. 민주화의 진척과 가치관 충돌의 다양한 사례들이 예술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창작되었으며, 관객들의 관람 및 교양수준이 세계적인 흐름과 조응하면서 예술시장에서 ‘소재의 참신성-작품의 세련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영화, 연극, 코메디 분야의 작품 제작과 관련된 기업적 경영환경도 함께 변화해왔다. 전문 제작사들이 증가했고,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들이 발전했다(이동후, 2003: 125-154).
둘째,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의류, 액세서리 시장에 등장한 중, 저가 유행상품 대형상점 문화는 패션시장의 유행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산업적 환경을 제공했다. 야간과 심야, 휴일영업을 통해서, 노동시간의 제약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대중매체를 통해서 등장하는 새로운 유행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한편, 섬유와 의류 산업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서 전통적인 섬유산업을 부흥시키고, 업계에 새로운 종사자들을 창출했다(산업정책연구원, 2005).
셋째, 대중매체의 ‘콘텐츠’에 대한 강조가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인터넷의 ‘포탈’ 업체들의 경쟁을 통해서 야기된 인터넷의 서비스제공 능력의 향상은, 산업기반 전반에서 정보통신환경의 확산을 수용하게 하였다. 카메라 시장의 급속한 디지털화는 기존의 카메라 산업에 메모리산업이 결합되었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자체의 대중화를 통해서 디지털 사진의 사회적 확산이 이루어졌다. 일인미디어(UCC, User Created Contents)-블로그, 미니홈피, 동영상제작-의 확산은 디지털 매체가 인터넷 환경과 결합되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문화의 ‘콘텐츠’에 대한 강조는 온라인 게임시장의 확대와도 연결된다. PC방의 확산과 더불어 진행된 온라인게임의 인기는 이른바 E-sports라는 새로운 문화산업 분야를 창출했으며, 게임전문방송사와 프로게임단 등이 창설되었다. 한편, 이야기중심의 서사구조를 갖춘 대규모 게임의 확산은 사회적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온라인에서 체험하는 가상현실의 확대를 진행시켰다. 게임산업은 정보통신기술과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기반이 함께 ‘콘텐츠’를 실현해나가는 산업이 되었다(황상민, 2003: 43-86).
넷째, 한국의 문화적 세계화가 진척되었다. 구한말 이후 진행되어온 서구문물의 수용과정이 1990년대 이후 보다 가속화된 문화적 세계화로 전개되었다. 1980년 이후의 스포츠분야와 관광의 세계화, 그리고 1990년대의 문화와 서비스산업 등에서 진척된 세계적 흐름에 대한 접근가능성은 국내문화시장 보호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왔으며, 이것에 대한 대안의 모색과 대응으로 한국의 국내문화산업기반이 발전하였다. 한국의 문화산업 소비자들의 안목과 관심분야가 세계적인 흐름과 조응하게 되고, 이러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한국의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배려와 민간부문의 노력의 결과들로 성공사례들이 등장하게 되었다(최석호, 2006a).
다섯째, 문화의 세계화는 한국 밖에서도 진행되어왔다. 1990년대 초반의 사회주의권의 해체 이후, 중국과 몽고, 베트남 등의 아시아의 사회주의국가들의 개방은 크게 진척되었고, 한국은 이들 나라와의 경제활동이 수교이후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 국가의 대 한국 경제관계의 확대는 인적교류의 확산을 가져왔다. 중국 국적 한국동포들과 많은 동남아시아의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한국에 입국했으며, 이들은 자연스레 한국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혀왔다. 역사인식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관광과 경제활동을 위하여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문화를 경험하였다. 한편, 미국과 유럽, 남미의 한국교민들은 한국과의 확대된 경제교역과 정보통신 기술의 혜택 속에서 한국의 문화적 발전을 보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장미혜, 1999: 133-162; 이와부치 코이치, 2003: 87-124).
여섯째, 1990년대 이후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경제, 정치, 스포츠의 세계화 속에서 한국은 대중매체의 관심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 정치영역의 민주화 경험에 기반하여, 국제적인 차원의 시민사회 운동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으며, 외환위기의 성공적 극복과정에서 한국의 수출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다. 2002년 축구 월드컵의 개최와 더불어 스포츠 영역에서 한국의 존재가 부각되었다.(최석호, 2003)
일곱째, 2000년을 전후로 한국에서 여가문화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상생활의 소비영역을 중심으로 여가문화산업이 크게 성장한다(신종화, 2005). 산업과 생산재에서의 경쟁력 유지와 더불어, 소비재의 영역에서 문화부문의 소비규모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생활양식을 포함하여 서비스 산업의 규모가 성장했다(산업정책연구원, 2005). 한편,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적인 생활환경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제도적인 차원과 행사기획 등에서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회환경의 변화들 속에서 한류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2. ‘한류’ 담론의 진화과정
‘한류’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일컫는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용되는, 전개되는 문화적 흐름을 읽는 ‘한국의 문화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인 것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적 문화공동체에서 사회화되는 문화의 내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특징을 가리킨다. 이것은 한국문화, 일본문화, 중국문화, 미국문화, 프랑스문화 등의 표현처럼, 특정국가의 문화를 어떤 용어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한류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매스컴에서 만들어 낸 중국어 표현이며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간에 한국의 대중문화 상품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장수현 외 (한홍석), 2005: 125). 중국 매스컴이라는 한국 외부의 타자에 의해서 생산된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이것이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brand)’ 이름이 되었다. 한국의 문화적 생산물들이 ‘상품화’되어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확산되면서 ‘한류’라는 타자에 의해서 생산된 용어가 한국내부에서도 사용되는, ‘자기 문화의 타자적 표현의 역수입’을 통해서 한류가 한국에서 중요한 문화적 개념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가리키는 것은 ‘한국문화 자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생산된 ‘문화상품’ 전반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수요’가 전제된 ‘한국의 대중문화’를 한류라고 불렀다. 외국에서 문화의 수용과정에서 등장하는 대중성이 한류평가에서 중요한 측면이 되었다면, 한국의 문화전문가들은 한국대중문화의 우수성을 기존의 한국에서의 대중문화관과 대립시킨다.
“한류는 기존 질서와 기성세대에 대한 통쾌한 도전이다. ‘딴따라’로 천대받던 대중문화는 온 나라가 IMF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휘청거릴 때, 세계를 향해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뻗어나갔다. ... 한류의 가치는 미국과 일본 베끼기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문화 속국’에 지나지 않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 국가를 ‘한류’ 수용국으로 만든 문화 발신국으로 도약했다는 것에 있다. ... 한류는 분명 우리의 대중문화예술에서 비롯되었다”(강철근, 2006: 7-9)
한편, 문화상품화라는 틀 아래 새롭게 발견되는 전통문화와 사회변동의 흐름에 조응하는 응용창작과정을 통해서 한국의 축적된 문화적 역량을 ‘한류’의 힘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김수이 외 (김재해), 2006). 아울러 정보기술의 산업적 성공으로 인한 수출의 증가를 평가하면서, 예술적 창작 능력과 새로운 시각적 시도를 부각하는 ‘소프트’한 문화능력을 강조하기도 한다(유상철 외, 2005). ‘한류의 성공’을 가져오게 된 근본적 동력으로 ‘대중성’, ‘전통문화’, ‘독창적 창작능력’ 등이 강조되는 것이다.
한국과 교류를 맺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인근 국가들로부터 시작된 ‘한류’ 개념의 확산은, 한국과 경제, 관광, 재외동포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국가들과 한국이 소개되는 국가들의 한국문화 수용현상을 ‘한류’라는 틀로 수렴을 하기에 이른다(신윤환 외, 2006). 나아가 이러한 한국문화 확산을 지속시키고, 발전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산업정책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한류의 문화민족주의가 문화 제국주의의 세계화로 전개되지 않도록 비판적인 제언도 제시되고 있다(백원담, 2005). 이 과정에서, ‘한류’개념은 단순한 문화적 상징어가 아니라, 한국문화의 성공과 현 수준, 가능성과 불안한 미래를 상품화와 산업적 재구성화라는 응용성 강조와 더불어 비추어보는 이 시대의 ‘문화적 화두’가 된 것이다.
한류는 한국(대중)문화의 특징들을 확인하려는 문화비교의 문제제기의 주제가 되고 있다. 서구화를 통해서 등장한 근현대 일본사회의 개인주의화와 탈전통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회고의 소재로서, 사회주의 현대화과정과 자본주의의 새로운 수용과정에서 제기되는 문화적 위기의식을 보다 빠른 자본주의적 실험을 겪은 한국의 사례를 통해서 가능성을 찾으려는 중국과 베트남의 관심에서, 개방화되는 사회의 문화적 세계화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몽고의 세계화의 노력으로, 미국과 일본 중심의 해외문화로부터 독특하면서도 친숙한 내용으로 새롭게 제시되는 대만과 태국 등의 문화적 세계화의 대안찾기 노력에서 한류는 한국문화와 한류 수용국가들의 문화비교의 범주인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혼돈스러운 20세기의 변화를 겪으면서, 자국 문화의 특수성을 확인하고, 문화세계주의의 영향력으로부터 전통을 지켜내고자 했던 ‘한국’문화 옹호론자들에게는 새로운 기대와 가능성으로 21세기 한국문화의 길을 ‘한류’라는 상징어 속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3. 한국의 문화변동과 한류
현대화 과정에서 전개된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발전국가’중심의 성장주의라는 틀로 묘사하는 것처럼, 식민지와 분단, 전쟁, 군사독재의 경험 속에서 성장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현재의 모습이 사회운동중심의 시민사회의 발전과 제도 정치권의 갈등적 대립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한류는 한국이 겪어온 사회변화 속에서 생산해 낸 문화적 결과물, 현주소가 된다. 급격한 서구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통적 인간관계의 해체에 대한 향수로서의 가족드라마들, 소재적 친숙함을 바탕으로 서구적 이야기가 쉽게 제공할 수 없는 판타지를 현대의 인간관계에 투영하는 전달하는 역사물들, 장시간의 노동활동과 긴장된 조직문화 속에서 겪은 심리적 피로를 달래기 위해서 제작된 많은 쇼, 오락, 가요 프로그램들,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사라지는 문화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메디 프로그램들은 한국 문화변동의 한 흐름을 구성한다.
1990년대 이후의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해체,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대립, 새로운 세계적 문화트렌드의 한국적 전환 등을 둘러싼 각 세대, 계층 간의 의견대립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의사표현의 활성화를 통해서 문화창작 과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팽창하는 서구적 예술활동의 관심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온 전통 음악과 예술활동이 문화산업의 확장과 여가활동의 사회적 확대를 통해서 문화자원으로 점차 대중화되어온 것, 문화의 수동적 영역이 아닌 서구적 예술활동과의 적극적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문화의 세계화시대에 놓인 선택적 해결방식이기도 하다(최석호, 2006b).
창작과 활동의 진정성 부족이, 온라인 음원의 시장확대 과정과 함께 야기한 대중음악의 위기담론, 스크린쿼터의 축소와 더불어 새로운 소재 발굴과 기법 개발의 한계, 제작진들의 학벌주의, 배급사와 상영관의 횡포 등으로 빚어진 영화산업 내부의 양극화 현상, 주연급 배우들 중심의 드라마제작의 관행, 세대간 의사소통이 어려운 쇼, 코메디 프로그램의 범람은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의 혼란과 갈등만큼 21세기 초엽의 현재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문화상품으로서 한류의 특징은 한국의 내적인 문화전통이나 현대적 대중문화 속에서 등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동일한 한류상품들이 다르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다양한 문화체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드라마가 일본에서 수용되는 가치관들은 동일한 드라마가 중국에서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한국영화가 유럽에서 환영을 받은 이유와 동아시아에서 평가받는 기준은 또한 다를 수 있다. 한류의 수용과 평가 등에 개입되어있는 가치판단과 정당화 기제들은 현재, 국가단위의 문화공동체와 지역공동체, 그리고 신분과 세대공동체에 의해서 다르게 작동한다. 한류의 지속과 발전을 꾀하려는 한국중심의 정책적 담론은 한류의 우연적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를 한류의 내용에서만 찾으려하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문화수용 주체들의 현재의 고민들, 다시 말해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의 집단적, 개인적 고민들과 문제해결 지향점들이 한류를 가시화시켰던 근본적 동력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류는 한국대중문화의 확산 때문이 아니라, 문화교류의 과정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문화적 현상과 특징으로서 한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째, 현대성의 주체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에서 ‘한류’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한류’의 내용이 되는 한국대중문화 생산의 주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류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그리고 때로는 폄하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류는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를 위한 문화적 자원으로서 위치된다. 한류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류는 지속되어야하는 제도적 실천과 그 결과물들이 될 것이다. 한류의 주체는 한류상품의 생산자, 소비자와 더불어 한류를 통해서 대안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될 것이다. 이것은 문화의 주체가 문화산업 종사자들이나 소비자들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류를 지속발전 시키고자하는 주체들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사실 이 질문 자체가 바로 문화적 현대성의 실천지향적 자세의 기초가 된다. 2000년을 전후로 한 한류 개념의 형성과 그 이후의 상징어로서 한류의 확산과정과 2007년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신선한 외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류가 주목받았던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체가 처한 시대적 또는 당면한 국면의 상황성이다. 지속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한계의 극복을 시도하려는 주체적인 노력이며, 이것을 위해서 수집되는 자료들과 평가들이 바로 판단과 새로운 실천의 정당화 기제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한류의 방향성 설정을 둘러싼 제언과 논쟁들이 위치될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며, 축적된 전통문화와 동양의 지적 전통이 이 시대의 대중문화의 밑거름으로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하는 당면과제가 된다.
II. 현대성과 문화적 환경
1. 현대성 개념의 역사와 담론
우리는 현대성을 ‘자신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스스로 깨달은 인간들의 실천적 노력과 그 결과물들’로 이해한다. 다른말로 하면, 현대성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놓여있는 인간들이,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가치판단과 정당화의 기제들과 더불어, 전개하는 행위자적 실천과 이것의 제도적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기존의 현대성 논쟁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단히 곤욕스럽다.
1. 현대성은 시대적, 시간적 개념(epochal concept)인가, 실체적 개념(substantive concept)인가?
2. 현대성은 독특한 문화적 기원에 기초하는 배타적인 개념(exclusive concept)인가, 세계성 지향의 포괄적 개념(inclusive concept)인가? 보편성의 추구 또한 특정 문화의 독특한 성격이 아닌가?
3. 서로 다른 의미적 맥락 속에서 사용되어온 현대성 개념을 아우르는 일반적인 성격(속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세 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개념의 조작적 정의, 가설, 법칙 정립’등의 연역적 탐구방법으로는 만족스럽게 제시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개념의 다의성, 용례의 혼란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과 특정한 의미의 취사선택과 상대적 강조, 우위는 경험적 자료에 대한 평가에서 곧 규범과 가치지향의 논쟁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규범과 가치지향은 현실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판단에 기초하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객관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성 개념의 등장
현대성 담론
고도현대성 담론
2. 현대성과 문(명)화의 관계
‘문화(文化, Culture)’라는 개념도 의미를 변화를 겪어왔다. 현대성 담론이 현대/현대라는 시대를 전현대/봉건/고대 또는 탈현대/탈현대라는 다른 역사적 시대와 의미론적으로 비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문화 담론도 문화와 비교되는 개념적 대립물을 직, 간접적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 대립물들은 ‘시대적 대립’이 아니라 ‘신분, 계층, 공동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엘리아스(Norbert Elias)에게는 서구의 문명화 과정은 ‘상류계급의 문명(civilization)’과 ‘다수대중의 문화(culture)’의 긴장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것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궁정계급들이 몰락하고, 신분제의 형식적 파괴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가면서, ‘문명과 문화’는 대립적 개념에서 보완적 개념관계로 바뀐다. 상류층의 독점적 소양과 품격을 지지하는 제도적, 교양적, 교육적 특징들(civilité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더 이상 ‘문명’이라는 용어와 결합되지 않고, ‘문화’라는 개념과 결합되어 ‘상류(층)’ 문화가 된다. 다른 말로하면, 신분적 차이와 배제, 대립 등과 관련된 ‘문명과 문화’의 관계가 ‘상류(층/계급) 문화와 대중/하위 문화’등으로 바뀌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명’ 개념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차이를 부각하는 용어에 집중되어 온다. 제국주의의 식민지교화 과정에서, 구체제로부터 탈피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을 지향하는데 ‘문명’개념이 주로 사용되어져 온다. 거칠게 표현하면, ‘문화는 세상 어디에나 있으나, 문명은 제한적으로 발전되어왔다’는 현대적 제국주의의 큰 틀에서 문명개념이 사용되어진 것이다. ‘문명’ 개념은 특정 지역 공동체, 국가들의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어, 서양/그리스/로마문명, 기독교/이슬람/잉카문명 등의 용례나, 중국/일본/프랑스 문명 등의 표현에서는 특정 국가나 역사적 유산의 장기적 발전을 일컫기 위해서 ‘문명’이 사용된다. 정치, 경제, 가치관, 문화적 특징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으로 문명이 사용되는 셈이다.
환언하면, 처음에는 시빌리테의 형태로 미리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 이제는 문명 또는 문명화된 행동 속에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해서 문명화된 행동형식들은 19세기부터 서양사회에서 부상하는 하위계층에게 또 식민지국가의 다양한 계층들에게 전파되고, 부상하는 하위계층과 다양한 계층들의 운명과 기능에 부합하는 행동방식들과 융합한다. 이처럼 작은 집단의 행동방식들이 점차 부상하는 커다란 집단으로 전파되는 모든 과정에서 두 단계를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식민지화 또는 동화단계로서, 폭넓은 하위계층이 비록 상승하기는 하지만 상위계층에 예속된 상태에서 상위계층의 모범을 따른다. 그리고 상위계층은 자신의 행동방식을 관철시킨다. 상위계층에 의한 하위계층의 행동규제는 위신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지배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상위계층은 식민지화를 ‘문명화’라고 부른다. 두 번째 단계는 반발, 분화 또는 해방의 단계로서, 부상하는 집단은 강력한 사회적 세력이 되고 강한 자의식으로 무장하게 된다. 이에 상응하여 상위집단은 점점 더 자제와 폐쇄를 강요당하고, 두 집단 간의 갈등과 대립이 강화된다. 그래서 부상하는 시민계급은 자신의 덕성을 구 상위계층인 궁정귀족의 음란함과 대립시키고, 자신들의 근면한 노동을 귀족적 게으름과 대립시키는 것이다(Elias, 1999: 401-413). 이러한 전환기에는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주어진다. 전래의 수준들은 의문의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수준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는 과거 세대들이 자명한 것으로 간주했던 행동양식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국가들마다 행동규약이 다른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형태로부터 그리고 이 형태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통합의 힘으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Elias, 1999: 421-423).
한국에서 첫 번째 분화단계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배와 민주화세력의 민주화 요구와의 분화를 통해 새로운 지배를 달성하고자 했던 군부독재정권을 비롯한 근대화세력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 구호는 ‘조국 근대화’였다. 두 번째 분화단계는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역대 군부독재정권과의 분화와 우방이라고만 인식해 왔던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과의 분화를 통해 새로운 지배를 달성하고자 했던 민주화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그 구호는 ‘세계화’다.
따라서 한류는 한국이 직면한 역사적 상황, 곧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이 생산하는 지구적 표준을 내세운 문화생산물에 맞서서 지방의 특수성으로 무장한 문화생산물을 내세워 한국인이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맞은 한국인들은 과거 세대들이 자명한 것으로 간주했던 행동양식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는 계기를 형성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백만 관객을 돌파한 서편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식혜․수정과 등 콜라를 밀어낸 전통음료 열풍, 계속되고 있는 사극의 부활 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문화’는 ‘관계적’ 개념이다. 맑스주의 사회구성체(Social Formation)담론에서 문화는 경제활동이라는 토대의 영향아래서 구성되는 정치, 계급의식과 함께 상부구조의 한 영역이다. 상업적 특징들이 크게 드러나는 문화 영역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했던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Horkheimer & Adorno, 1995)는 대중소비의 확산을 목적으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문화영역으로의 침투를 분석하고, 문화산업은 대중기만이라고 일갈했다. 제임슨(Jameson, 1991)은 상징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자본주의의 문화 논리’로 요약하면서 문화, 예술 영역에서의 대중상품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한편, 허위의식의 확산경로로서 문화영역은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이 힘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지속을 위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석되어왔다. 그러나 인류학자 살린즈(Sahlins, 1976)에게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특정의 문화체계가 발전시키는 경제활동 영역으로, 문화체계 내부의 사회적 관계의 표현이다. 이러한 관점은 베버(Max Weber)의 자본주의 발전에 끼친 개신교의 역할에 대한 설명에도 등장한다. 국가적 수준의 문화 구분이 아니라, 특정 종교가 가지는 문화적 기제의 경제활동 전개방식 중의 하나가 개신교 윤리를 수용하는 경제주체들의 실천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류는 한국이라는 민족국가의 팽창하는 경제력 아래에서 구성되는 상부구조가 되기도 하고, 대중을 기만할 뿐인 문화산업의 일종이며, 후기자본주의사회의 문화논리가 된다. 그러나 꼭 그런 시각에서만 한류를 볼 수 없는 이유는 한국적 문화체계 내부의 독특한 사회적 관계가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자본주의와 함께 하고 있는 독특한 연관을 밝히지 않고는 한류의 실천주체들의 실천방식을 규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의 비교역사 사회학에서의 현대성 담론은 1980년대 이후 사회과학 전반에 확산된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의 영향 아래에 있다. 서구적 현대성의 세계적 확산의 믿음에 대한 시각교정을 시도했던, ‘Multiple Modernities’(다양한 현대성들)는 일본의 역사적 발전 - ‘일본문명’ 이라 불리우는 -에 대한 설명에서, 기독교문명과 중국문명의 영향 속에서 독자적인 가능성을 보여왔던 일본의 현대성 전개를 포괄적인 차원에서 문화적으로 설명한다. 한편, 2000년 이후 한국사회과학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자본주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Capitalism)’담론에서도 경제활동방식과 제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일본, 한국 등에 대한 분석의 심연에는 문화‘공동체’와 이들 사이에서 등장하는 제도적 특징들에 대한 연구로 수렴될 것이다. 이른바 현대 민족(국민)국가체제(the Nation-State System)의 발전 속에서 문화 단위의 ‘국가화’는 경제 단위의 국민국가화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국민적 정체성의 형성과정을 위한 국가차원의 문화정책은 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대립, 차이의 부각 등의 상황과 결합되어 왔다. 한류는 이러한 상황적 결합의 한 측면이 된다.
맺음말: 한류, 그 의미와 주체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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